[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자신의 10대 공약 가운데 세번째로 재벌개혁을 내세웠다. 공약집에 담긴 재벌개혁 정책은 30여건에 달한다. 새 정부에서 추진할 재벌 개혁은 크게 공정경쟁 구축, 지배구조 개선, 경제력 집중 완화 등으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 의지는 이미 확인된 만큼 ‘액션 플랜(action plan)’의 우선순위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는 경영권 승계 등 각 사안별로 불법·편법적인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규제 항목만을 늘리는 식이 아닌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재벌 개혁에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을지로위 역할 주목, 상법 개정 적극 추진 예고..법인세 인상론 재점화= 16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공정거래위원회의 조직을 개편해 재벌 개혁의 신호탄을 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공정위에 대기업 전담부서인 조사국을 부활시켜 삼성 등 주요 대기업의 부당행위를 감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징금 고시를 개정해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예정이다.

같은 맥락에서 ‘을지로위원회’를 신설, 대중소기업간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데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길 전망이다. 을지로위원회는 검찰과 경찰, 공정위, 국세청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기관으로 재벌의 부당행위 등에 별도의 조사권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공약은 재벌의 지배구조도 정조준하고 있다. 이에 총수 일가가 공익법인이나 자사주를 활용해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사례를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새 정부는 재벌 지배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근로자대표 등 추천자 사외이사 의무선임 ▷다중대표소송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처분규제 부활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금산분리 원칙도 엄격하게 적용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금융계열사의 타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법인세 인상도 예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재정 개혁을 통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연간 22조4000억원을 충당하고, 나머지 13조2000억원은 세입 개혁을 통해 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초기에 법인세율 인상론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법인세는 연 200억원 초과 법인에 대해 최고 22% 세율이 적용된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배상액 규모를 현재보다 늘리는 방안도 약속했다. 또한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복합쇼핑몰에 현재 대형마트 수준의 영업시간 제한을 적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 행정부 권한 내 개혁 과제들 우선 추진될듯=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재벌개혁 정책들 가운데 정부 조직 개편, 시행령 개정 등 행정부 권한 내에서 가능한 방안들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을지로위원회 신설, 공정위 조사국 부활, 과징금 상향 조정 등이 포함된다.

다만 입법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 도움이 필요한 사안은 시간을 두고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여소야대의 정치적 구도에서 집권 초기부터 법 개정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공익법인 통한 지배력 강화 제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도입 등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한 공약들은 정치권 상황과 맞물려 정책 추진 시점이 유동적일 전망이다.

여당 관계자는 “재벌 개혁 공약 가운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상법 개정안의 경우 여야 공감대가 어느정도 있지만 각론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들은 국회 상황을 고려해 야당과 협치를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재벌 개혁의 방향으로 규제의 틀을 개선하는 동시 개혁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해진 것만 할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를 정해진 것 빼고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로 규제의 틀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고 개혁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원칙에는동의하지만 소액주주 또는 근로자 대표의 이사회 진출 의무화 등의 내용은 내용은 자칫 주식회사의 기본원칙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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