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독립성 강화 절실 임명 과정 국회 동의 의견도 기소대배심제는 실효성 의문 -경찰도 수사부서 독립성 취약 자치경찰제 등 대안 떠올라 2015년 이완구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로 시작된 검찰의 포스코-해외자원개발 비리 수사는 실패한 ‘하명수사’의 대표적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이전 정권과 유착 의혹이 제기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 등 주요 피의자들이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청와대가 인사권을 통해 검사들을 줄세우고, 사실상 특정 사안에 대한 수사를 지시하면서 검찰은 끊임없이 공정성을 의심받아왔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과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안의 요체는 막강한 검찰 권력을 쪼개 이러한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있다. 봉욱(51·사법연수원 19기) 대검 차장도 1일 취임 이후 열린 첫 확대간부 회의에서 “검찰에 대한 비판 복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며 “부끄럽지 않은 검찰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와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공수처 도입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에서 수사권 조정 여론에 맞서기 위한 내부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이 공석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은 우선 조직의 수장인 총장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자는 의견도 내부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 헌법에 검찰총장 임명시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하는 규정을 넣는다면 수사기관의 민주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현행 2년인 검찰총장의 임기를 4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의 발의로 입법안이 제출된 적이 있다.

이밖에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이 연루된 사건의 기소여부를 논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나 징역형 이상의 중죄를 기소하는 경우 무작위로 구성된 대배심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기소대배심제’가 검토되고 있지만, 사건처리가 효율적이지 못하고 여론에서 독립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지는 못하고 있다.

문제는 경찰도 독립성 문제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한 경찰 고위급 간부는 “경찰이 검찰보다 독립성에 취약하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형식상으로나마 법무부의 외청이고, 검찰청법에서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조직 자체가 공식적으로 행정부 소속인데다 검찰 못지 않게 중앙집권화 돼 있어 검찰 권력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달 25일 경찰에 “수사권 독립을 원한다면 인권 친화적 방안부터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경찰은 중앙집권화된 구조를 깨트리는 데 내부 개혁의 초점을 집중하고 있다. 사건에 대한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일선 수사부서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내용으로, 일선 경찰청을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하는 자치경찰제나 조직 내부 소통 장치인 직장협의회를 도입하는 안 등이 검토된다.

자치경찰제는 문재인 정부 공약 사항이다.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중앙집권화 돼 있는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사를 포함한 기존 경찰 조직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단시간에 정착시키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직장협의회 도입은 지난해 진선미 의원의 발의로 관련 입법안이 마련됐다. 경감 이하의 경찰공무원에게 직장협의회 구성 및 가입 자격을 부여해 수뇌부로부터 일선 경찰의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안이다. 엄격한 법 집행을 위해 ‘상명하복’ 문화가 필요한 조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반론이 있다.

경찰은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져온다면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는 ‘특수수사’를 별도의 전담기구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처럼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별도의 조직을 둔다면 공정성 시비가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에서 맡을 수 없는 기업범죄 등을 전담할 수사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를 뒷받침한다. 도입될 경우 조직의 수장을 개방직, 임기제로 임명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번 정부 들어 경찰 간부가 청와대에 파견되는 ‘치안비서관’ 제도가 폐지된 점도 독립성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좌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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