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공판 D-4…그룹 긴장감 대규모 투자·사업재편 올스톱 사장단 인사도 2년째 공전 안팎 “국제 경쟁력 훼손” 우려 오는 7일로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결심 공판을 앞두고 삼성그룹의 긴장감이 최고 수준으로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구속이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어 총수 부재 장기화에 따른 내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감이 그룹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실제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계열사간 시너지는 전무하고 대규모 투자는 올스톱 됐으며, 사장단 인사는 2년째 공전 중인 상태다. 선택과 집중을 모토로 최근 몇년간 숨가쁘게 진행됐던 사업재편도 올스톱 돼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삼성그룹의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그룹은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 공여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한 이 부회장의 진술이 재판 결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만을 내심 바라고 있다. ▶관련기사 8면 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총 4건(2016년 전체 6건)의 대규모 인수합병(M&A) 사안을 성사시켰다. 8월 미국의 럭셔리 가전업체 데이코(Dacor)에 이어 11월에는 국내 기업의 해외 M&A 사례로 최대 규모인 약 9조3400억원(80억2000만 달러)을 쏟아부어 미국의 전장 전문기업 ‘하만(Harman)’을 인수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삼성전자의 투자결정은 전무한 상태다.

지난 7월 초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전세계 유력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앨런 앤드 컴퍼니 선밸리 콘퍼런스(선밸리 콘퍼런스)’에도 이 부회장은 참석치 못했다. 이 행사는 전세계 IT, 미디어 업계 경영자와 정관계 거물들이 대거 집결하는 행사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2년 이후 매년 참석해 왔다.

국가단위에 필요한 대형 투자 계획도 그룹 차원에서 심도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재와 총수 부재가 동시에 겹친 탓이다.

사장단 인사가 2년째 공회전 중인 것도 삼성에 역동성을 기대키 어렵게 하고 있다. 삼성은 매년 연말 인사를 통해 새로운 사장단을 인선하고, 이에 따른 새 사업계획을 꾸려 예산 및 실행 세부계획 등을 세워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가 늦춰진 이후 현재까지도 삼성 사장단은 그대로다. 올해 중순 필요 최소인원에 대한 임원급 인사 실시가 전부였다. 삼성 관계자는 “새 사장은 사내에서 힘이 실린다. 오너의 의중이 새 인사에 담겨있기 때문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며 “그러나 현재는 그럴 힘이 없다. 진행중이던 사안을 유지만하자는 것이 사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사업 재편도 올스톱됐다. 삼성은 최근 수년 동안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업 재편을 발빠르게 진행해왔다. 한화와의 빅딜은 가장 큰 사업재편이었고, 이외에도 지난해에는 제일기획 매각 작업도 진행했다. 또 삼성은 프린팅 사업부를 HP에 매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금융과 전자 그리고 바이오 세꼭지로 이어지는 ‘삼각축’을 구성하는 사업재편이 사실상 올스톱 된 상태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해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외에 에피스 상장도 준비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손을 놓은 상황이다”며 “사상최대 영업이익에 취해 다들 삼성이 위기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