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다각화’ 명목 부동산 매입 제조업과 부동산 연관성 떨어져 기업 리스크 부각 우려 목소리도
코스닥 제조사(社)들이 잇따라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 개선’이라는 명목에도 불구하고, ‘연관성 떨어지는 사업 진출로 인한 기업 리스크 부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7일 폭스브레인은 203억원을 들여 충청남도 아산시 음봉면 동천리 일대 토지와 건물을 사들인다고 공시했다. 골프장 운영을 하는 하늘빛컨트리클럽의 사업 자산을 양수한 것이다. 203억원은 폭스브레인 자산(388억원)의 52.42%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는 자금 대부분을 전환사채(CB)까지 발행해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원래 디스플레이 검사장비를 생산하는 폭스브레인은 본 사업 관련 매출(2016년 기준)만 352억원을 기록하는 업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점등검사장비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얼룩이나 정상 작동 여부를 생산 라인에서 판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폭스브레인이 부동산 매입을 통해 미군 대상 렌탈 하우스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주한미군기지 이전 계획에 따라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미군 병력 4만5000여명 가량이 집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매입 부지와 험프리스는 불과 15km 떨어졌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총 8000여개의 렌탈하우스가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근처에 금호리조트 아산스파비스 온천이 위치, 이를 활용한 실버타운 사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사업 계획 등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폭스브레인의 영업환경 악화가 부동산 사업 진출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폭스브레인이 지난 2015년과 2016년 각각 15억, 1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수익 개선을 위한 모멘텀(동력)이 필요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경쟁이 치열해지자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사업의 수익성이 양호할 가능성은 있지만, 검사장비와 부동산 사업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겐 여전히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한국컴퓨터 역시 부동산 임대업 하겠다고 밝혔다. 189억원을 들여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토지와 건물, 부속설비를 사들이기로 했다. 자산(1167억원)의 16.1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컴퓨터는 원래 LCD 모듈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루멘스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둔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만 2356억원, 영업이익 74억원을 기록했다.
제조 부품만으로 안정된 실적을 유지하는 회사가 부동산을 인수하자, 시장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건물 인수를 통한 제조업 투자가 아니라, 임차를 통한 임대 수익 획득만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조 부품 생산이나 영업을 위한 부동산 매입이 아닌, 단순 임대수익을 위한 것이라면 투자자들 입장에선 장기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제조사인 엔에스브이 역시 오는 25일 부동산 양수를 통해 부동산 개발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산업용 밸브를 생산하는 엔에스브이는 46억원을 들여, 충청북도 영동군의 임야와 과수원을 매입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측은 ‘사업다각화’를 목적으로 제시했지만, 최근 몇 년간 영업 적자가 날만큼 불안정한 가운데 나온 판단이라는 점에서, 사업 시너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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