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수사, 1심 재판으로 이미 1년 허송세월 - 사업재편, 경영진 인사, 인수합병 등 ‘올스톱’ - 3대 신평사들 일제히 장기 부정 전망 내놓아 [헤럴드경제=정순식ㆍ이승환 기자] #.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석권하던 핀란드의 대표기업 노키아. 당시 노키아는 핀란드 수출의 4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강한 경쟁력을 지닌 기업이었다. 하지만 애플의 스마트폰이 가져 올 강력한 변화를 예견 못한 대가는 컸다. 2014년 노키아의 휴대폰사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되고 만다.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업체가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데는 불과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노키아 몰락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기업 경영은 ‘보여지는 현재’가 아닌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이라는 점을 노키아의 사례는 강력히 경고한다.
삼성그룹에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우려하던 그룹 총수의 장기 부재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 기존에 구축해 둔 전문경영인 체제에 따라 당장은 어떻게 굴러가겠지만,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주요 사안들 앞에서 ‘사령탑 공백’은 상당한 부담이다.
작년 말부터 이어진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이미 1년에 가까운 시간을 허비한 삼성은 앞으로도 2심 재판 등 치열한 법정 공방으로 시간을 보내야할 판이다. 이미 삼성은 삼성전자의 지나친 반도체 편중, 그룹 전체의 추가적인 사업재편, 미래 먹거리를 위한 인수합병(M&A)의 3가지 숙제를 받아든 상태다. 이들은 모두 그룹의 장기 청사진과 함께 촘촘하게 얽혀 있고, 그룹 총수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치열하게 미래를 고민해야할 시기에 그룹 총수가 법리 공방에 몰두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를 두고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가 가한 일침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S&P는 “법정 공방이 길어져 장기간 리더십 부재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인수ㆍ합병(M&A) 등 중요한 전략적 의사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며 “이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첨단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치 역시 “업계 최고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적 결정과 중요한 투자가 지연돼 장기적 위험을 증대시킬 것”이라며 “이로 인해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도 차질을 빚어 장기적인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들의 지적대로 무엇보다 총수 부재에 따른 과감한 인수합병 결단의 공백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업종간 영역의 붕괴를 앞당기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앞두고 글로벌 경쟁자인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은 한 달에 한 개꼴로 스타트업은 물론 시장을 선점한 경쟁력있는 기업들을 인수하며 미래 산업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의 ‘M&A 시계’는 멈춰선 상태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미국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이후 올 들어서는 대형 M&A 발표를 단 한 건도 내놓지 않았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 사활을 걸었던 삼성전자의 공격적 성향은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소극적 방어로 변모한 상태다.
지난 2분기 14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반도체시장을 석권 중인 삼성전자의 오늘도 결국 10년 전의 과감함에 있었다는 점에서, 소극적 현상 유지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래 산업의 변화 흐름에 대비하는 경쟁에서 뒤처지면 삼성이 ‘제2의 노키아’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굵직한 경영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리더십 부재로 인해 위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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