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김상수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명성(?)’ 그대로였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정상회담에 지각했다. 또 스포츠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드러냈고, 예정에 없던 일정을 추가하는 돌발 상황도 즐겼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러시아 순방에서 확인한 푸틴 대통령만의 정치 스타일이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지각’하기로 유명하다.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4시간, 작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시간 푸틴 대통령을 기다려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작년에 푸틴 대통령을 만날 때에도 1시간 45분가량 지각했다.
지난 6일 문 대통령은 예정 시간에 맞춰 회담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날에도 푸틴 대통령은 어김없이 정시에 나타나지 않았다. 예정 시간보다 34분 지나서야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34분이나 지각했지만, 현지 분위기는 ‘불만’보단 ‘안도’에 가까웠다.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늦게 시작하면서 한ㆍ몽골 정상회담 등 향후 일정도 모두 순연됐다. 정상회담이 종료되면 통상 정상회담 내용 및 결과를 상세히 브리핑하는 수순이나, 이날엔 전체적으로 시간에 쫓겨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협상력을 키우고자 일부러 지각한다는 분석도 있다.
스포츠에 대한 지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동 언론발표 이후 돌연 월드컵 얘기를 꺼냈다. “한국축구가 2018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걸 축하한다”고 말했다. 한국 국가대표팀은 전날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전에서 비기면서 막바지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이를 직접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통역을 통해 이 같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접하곤 크게 미소 지으며 푸틴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했고, 두 정상은 박수와 함께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가보안위원회(KGB)시절부터 유도, 스키 등 스포츠로 건강 관리를 해왔다는 건 널리 알려졌다. 또 ‘작살 낚시’를 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못지 않게 푸틴 대통령도 돌발 상황을 자주 연출한다. 이날 정상회담도 마찬가지였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정상회담이 끝난 후 돌연 문 대통령에게 ‘산책’을 제안했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이날 두 정상은 회담장 해변 인근에 있는 극동거리를 산책하며 대화를 나눴다. 또 이 곳에 마련된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관도 함께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한미 정상 간 만찬 이후 일정에 없던 대통령의 사적공간, ‘트리티룸’에 문 대통령을 초대했었다. 미러 정상이 하나같이 돌발과 변수를 즐기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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