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졸업장도 없던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 ‘천일독서’로 배움열망 채워
민족기업가→교육사업가 변신 노른자땅에 돈안되는 서점들여 전국민에 ‘평생교육의 장’ 제공 음악회·사진전 등 잇단 추모행사
20세기 한국경제를 빛낸 기업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대산(大山) 신용호’<사진> 교보생명 창립자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그가 평생 지향했던 ‘교육’은 학교교육을 뛰어넘는, 보다 포괄적이고 실전체험을 통한 ‘산교육’이었다. 실제로 이력서의 최종 학력란에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운다’라고 썼던 대산에겐 만나는 모든 사람이 스승이고,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배움의 대상이었다.
1917년 전남 영암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난 대산은 어린 시절 병마와 싸우느라 초등학교 문턱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천일독서(千日讀書)’로 배움의 열망을 채워나갔다.
스무 살이 된 청년 대산은 큰 꿈을 품고 조국을 떠나 만주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중국 다롄, 베이징 등지에서 사업을 펼치던 대산은 이육사 등 애국지사와 교류하며 민족기업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해방 후 귀국한 대산은 한국전쟁의 상처로 피폐해진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교육이 민족의 미래다’라는 신념으로 교육보험 사업을 결심했다. 치열한 연구 끝에 생명보험의 원리와 교육을 접목한 ‘교육보험’을 창안하고, 1958년 8월 7일 ‘대한교육보험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교육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고, 보험을 통해 자립경제의 바탕이 될 자본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창립과 동시에 ‘진학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교육보험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독창적인 보험상품이었다. 교육보험은 곧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 됐고, 높은 교육열과 맞아떨어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산의 ‘국민교육’에 대한 신념 한 가닥이 교보생명으로 구현되었다면 다른 한 가닥은 교보문고였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대산의 신념은 국내 최대의 서점 ‘교보문고’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광화문 네거리, 금싸라기 땅에 돈도 안 되는 서점을 들였다. 많은 사람이 반대하자 대산은 “사통발달 대한민국 제일의 목에 청소년을 위한 멍석을 깔아주자”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마침내 1981년 6월 교보문고가 문을 열었다. 단일면적으로 세계 최대규모로, 서가 길이는 무려 24.7km에 달했다. 그의 소망대로 국민 누구나 원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지식과 문화의 광장이자 평생교육의 장이 됐다.
대산은 세계적으로도 공로를 인정 받아 1983년 세계보험협회(IIS)로부터 보험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보험대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그를 추모하는 행사도 이어진다. 7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기념음악회가 열린다. 또 대산의 발자취를 담은 기념사진전이 28일까지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와 강남 교보타워 등에서 개최된다. 14일에는 ‘대산의 교육이념과 미래교육 방향’을 주제로 학술심포지엄도 진행될 예정이다. 교보문고는 9월부터 백일독서캠페인, 심야책방, 북콘서트 등 다양한 독서 캠페인을 운영할 계획이다.
문호진 기자/
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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