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상온 간편식 ‘고메’(Gourmet) 개발기 -박희준ㆍ손마리 연구원, 고군분투 비하인드 스토리 -‘고메’, 서양식 전문 브랜드로 라인업 확대 예정

[헤럴드경제(수원)=김지윤 기자] “서양식 ‘고메’(Gourmet)를 상온 간편식으로 만들어라.”

2016년 5월. CJ제일제당 수원 R&D연구소 CJ블로썸파크에 특명이 떨어졌다. 지령을 받은 이들은 박희준(42) 수석연구원과 손마리(37) 선임연구원이었다. 셰프(쉐라톤 워커힐 호텔) 출신의 박 연구원은 백설 소스와 드레싱을 담당하다 2015년부터 간편식 개발을, 손 연구원은 스파게티, 당면 등 면류 연구개발을 해온 주역이었다.

“‘가보지 않은 길’이었죠. 냉동, 냉장 가정간편식과 달리 상온은 맛을 구현하는 데 있어 비할 수 없이 까다롭거든요. 원물감을 살리면서도 전문점 수준의 맛을 내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말이다.

냉동ㆍ냉장이 아닌 상온 간편식은 1인 가구 증가세를 겨냥한 전략이었다. 보관 편의성, 조리 간편성 따지면 ‘상온이 답’이었다. 상온제품 구현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하다. 살균(레토르트) 처리를 강하게 해야하기 때문이다. 냉동이나 냉장 제품과 달리 상온에서 유통되기 위해 고압 살균을 할 경우 조직감, 색깔, 맛이 함께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만들 수는 있지만 맛없기 십상이란 말이다. 이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었다.

“열에 강한 재료를 찾아야했어요. 높은 열을 가해도 맛이 상쇄되지 않고 고기와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재료를요.”

양파 하나를 두고도 끝없는 시도가 이어졌다. 생양파부터 볶은 양파, 양파분말, 양파엑기스까지. 어떤 양파가 최고의 맛을 낼지 둘은 머리를 싸맸다.

복병은 또 있었다. 요리의 화룡점정인 소스 때문. 미트볼의 경우, 고기에서 육즙이 흘러나오면서 토마토소스를 거무죽죽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맛도 미묘하게 변했다. “빨갛고 고운 색깔과 산뜻한 토마토맛을 갖춘 소스를 위해 수백번은 더 만들었죠.”

맛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 회전식 레토르트 설비가 도입됐고 이를 안정화하는 일도 고됐다. 진천 공장 직원들과 자정을 넘기며 제품 테스트를 하는 날이 이어졌다.

“겨우겨우 레시피를 완성해 공장서 제품을 만들면 연구소에서와는 다른 맛이 나왔어요. 소량으로 테스트했던 것과 1톤 규모로 만들어졌을 때의 갭(gap)이 컸죠.”

공장에서의 고군분투는 5개월간 이어졌다. 총 개발 시간 12개월. 인고의 시간을 거쳐 고메 레시피가 완성됐다. 씹는 맛을 살리기 위해 고기를 갈지 않고 깍뚝썰기 방식으로 세절했고 달고 찝찌름한 맛 일색이던 간편식 소스를 레스토랑 수준으로 격상시킨 정통 서양식이었다. 그 결과 고메는 출시 전 소비자 테스트에서는 만장일치로 최고점을 받았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 역시 흡족함을 나타냈다.

지난 7월 ‘고메 함박스테이크’, ‘고메 토마토미트볼’, ‘고메 크림베이컨포테이토’ 3형제가 세상에 나왔다. 전자레인지로 1분30초만 데우면 완성될 뿐 아니라 플레이트로 제작돼 별도 그릇에 옮길 필요가 없다. 유통기한은 실온에서 제조일로부터 9개월에 달한다. 고메는 ‘상온 간편식의 혁신’이라는 평을 받으며 출시 후 현재까지 100만개 판매고를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영혼’을 담은 가정간편식을 만들고 싶어요. ‘내가 알던 인스턴트가 아니네?’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쌀밥을 누가 사먹어? 찌개를 누가 슈퍼에서 사먹나?’ 했었던게 불과 몇년 전이지요. 지금은 햇반과 비비고가 식생활을 바꿔놨어요. 고메 역시 이 길을 갈 것 입니다.”

두 사람은 고메의 미래를 확신했다. 육즙이 터지는 고메 스테이크를 먹을 날이 머지 않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