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국내 증권시장 규모가 역대 최대치인 1830조원으로 커졌다. IPO시장 활성화로 상장종목 수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하지만 커진 시장 규모만큼 우려점도 늘었다. 특히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투자자는 철저히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시가총액 규모(유가증권ㆍ코스닥 시장 합계)는 1829조238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1800조원을 돌파한 후 두 달여만에 기록을 새로 썼다.
연초 1500조원에 머물렀던 국내 증시 규모는 지난 3월 사상 첫 1600조원을, 5월에는 1700조원을 넘겼다. 올해 불어난 시총만 319조원에 달한다.
빠른 속도로 증가한 몸집을 불린 국내 증시는 세계 주식 거래 시장 가운데 인도국립증권거래소, 스위스증권거래소에 이어 14번째로 큰 규모(8월 기준)로 성장했다.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의 시총은 모두 사상 최대로 불어났다. 코스피가 최고치(2458.16)를 경신한 지난 11일 유가증권시장 시총은 처음으로 1600조원을 넘어섰다. 230조원 수준으로 불어난 코스닥 시장 몸집도 역대 가장 크다.
상장종목 수도 사상 최대수준이다. 우선주와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를 포함한 상장종목 수는 2134개로, 지난해 말(2108개) 대비 26개 증가했다. 코스피 상장 종목은 18개 줄어든 반면 코스닥에서는 44개 늘어났다.
종목 수가 줄어든 유가증권시장은 소수 상장 기업들의 주가 상승효과를 누렸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시총 증가분 가운데 절반가량(48.9%)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여했다. 지난해 대비 두 기업의 시총(우선주 포함)은 각각 112조원, 32조원 증가했다. 이들 종목이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21.9%에서 26.2%로 5%포인트가량 증가했다. 대형주 위주 장세가 시장왜곡과 쏠림현상 등 문제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속 빈 강정’ 코스닥 시장에 대한 지적도 존재한다. 올 들어 코스닥 시장 시총은 13.3% 증가했지만 지수는 고작 4.9% 상승하는 데 그쳤다. 몸집 규모가 사상 최대로 커질 동안 지수는 박스권에 머물렀다.
상장사들의 주가는 제자리인 반면 활발한 기업공개(IPO) 덕분에 ‘덩치’만 커진 탓이다.
올해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기업은 74개사로 공모액이 2조7000억원을 넘겼다. 역대 최대 규모다.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대형 우량기업의 상장증가로 코스닥 신규 상장기업 수가 전년 동기(44개사) 대비 68.2% 증가했고 재상장, 스팩합병을 제외한 공모액은 종전 최대인 2000년 2조6000억원을 넘어 코스닥시장 개설 이후 역대 최대 공모액을 달성했다. 여기에 시총 증가 효과만 유발하는 상장사들의 유상증자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닥 시장이 기업 자금조달 창구 역할은 해냈지만 투자자들의 수익 증대에 기여하지 못한 것은 향후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수기업의 주가만 오르거나 코스닥 시장처럼 지수는 제자리인데 기업이 IPO, 유상증자 등 통해 자금조달만 할 경우 투자자들은 수익을 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투자 손실로 주식시장을 떠나는 투자자들이 늘면 국내 증시 활력 저하와 함께 기업들이 투자금을 조달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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