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퇴직자들의 전관예우와 사건청탁 등이 지적됨에 따라 업무와 관련해 직원들과 접촉하는 외부인들의 사전등록제를 도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사무실 밖이나 유무선 상으로 이뤄지는 청탁에 대해선 직원들의 자발적인 보고 이외에 뾰족한 적발 수단이 없는 등 실효성 있는 ‘윤리준칙’ 마련을 위해선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공정위가 24일 발표한 ‘외부인 출입ㆍ접촉 관리방안 및 윤리 준칙’은 공정위를 출입하는 대기업ㆍ로펌 직원 중 퇴직자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자를 등록 대상으로 정해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대책은 국회 정무위의 지난 공정위 종합국감에서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외국계 통신업체 퀄컴이 제기한 행정처분취소 소송에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이 법적 대리인단에 합류하며 ‘전관예우’ 가능성이 제기된 것과 무관치 않다. 전직 공정위 고위직들이 대기업ㆍ법무법인에 재취업해 사건ㆍ민원과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은 전에부터 제기된 문제다.
공정위는 이를 뿌리뽑기 위해 공정위를 출입하는 외부인과 내부 직원들들의 접촉을 세밀히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지만 강제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윤리 준칙에 따르면 공정위 직원들은 등록요건에 해당하지만 등록하지않은 외부인과는 모든 접촉이 금지되고, 등록대상과 면담 시에는 그 내용을 5일이내에 감사관에 보고해야한다. 또 외부인과 장시간 합숙해야 하는 외부교육이나 세미나, 해외연수 등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신영선 부위원장은 이번 윤리준칙을 발표하면서 “모든 것을 금지하면 (접촉이) 음성화되는 악순환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만날 건 만나고 보고하자는 게 이번 조치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부인과의 접촉을 내부 직원이 보고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적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특히 전화, 문자메시지, SNS 등 비대면접촉 때 보고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통화내역 조회 등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접촉 규정을 위반한 등록대상에 대한 처벌 수위도 지적사항이다. 공정위는 등록된 외부인이 윤리준칙을 어길 경우 1년간 공정위 직원과의 접촉을 금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각 기업ㆍ로펌에 공정위 관련 업무를 하는 담당자들이 1명인 경우가 적어, 규정 위반으로 규제를 받는다 하더라도 해당 기업ㆍ로펌으로선 큰 리스크가 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또 공정위 직원들의 경우 이번 윤리준칙에는 규정 위반에 따른 처벌 수위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원 스트라이크 아웃’ 같은 강도높은 패널티가 부과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청와대, 국회, 사정기관 등 외압에 대한 방지대책이 빠진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에 공정위 측은 “이번 방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책을 시행해 나가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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