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상업-한일 출신간 갈등 행장사퇴까지 KB금융, 주택-국민 대결…노조가세 회장 견제 하나금융, 하나-외환 인사안배 싸고 내부투쟁 인수합병 후 20년 되도록 화학적 결합 못이뤄

내부갈등을 제대로 추스리지 못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심각한 내부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간 계파 싸움이 여전한 우리은행, 외환은행과 하나은행간 갈등이 남은 하나금융, 외부 출신 회장에 대한 노조의 조직적 견제가 진행 중인 KB금융지주 등이다.

이광구 우리행장은 3일 채용비리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 직접적인 원인은 채용비리지만, 결정적 자료가 외부에 나간 것은 내부의 상업ㆍ한일은행 간 계파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998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우리은행은 상업ㆍ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최근 이순우 전 행장에 이어 이 행장까지 상업 출신이 연속으로 행장에 올랐다. 또 민영화 이후 연임에 성공한 이 행장이 연말 임원인사부터 상업ㆍ한일 출신을 동수로 배분하는 원칙을 깨겠다는 방침까지 세운 상황이다. 불안해진 한일은행 출신 들이 채용비리건을 터뜨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채용비리의 책임을 지고 지난 2일 이광구 행장이 사의를 표명한 우리은행이 위기에 휩싸여 있다. 사진은 퇴계로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헤럴드경제DB]
채용비리의 책임을 지고 지난 2일 이광구 행장이 사의를 표명한 우리은행이 위기에 휩싸여 있다. 사진은 퇴계로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헤럴드경제DB]

KB금융지주는 노사 갈등이 심각하다. 노조 선거 개입 의혹으로 윤종규 KB금융 회장에 반기를 들었던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는 오는 20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외부 출신’인 윤종규 회장을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배제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제안했다. 설령 이번 제안이 가결되지 않는다고 해도, 노조는 우리사주 의결권을 통해 지속적으로 윤 회장을 견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여권의 상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돼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등이 도입된다면 윤 회장의 경영권은 심각한 도전을 받을 수 있다. KB도 주택은행과 국민은행간 파벌이 존재한다. 인사에서 파벌을 안배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윤 회장은 최근 장기신용은행 출신의 허인 행장을 선임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합쳐진 KEB하나은행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상대로한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결국 양측 모두 현재 경영진의 ‘인사 안배’에 불만인 탓이다.

KEB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 김 회장의 제재를 요구해 3연임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노조는 2일 공동투쟁본부를 결성,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적폐’로 규정하고 퇴진을 요구했다. 불공정한 인사를 하는 등 이른바 ‘황제경영’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큰 조직간 인수합병이 이뤄진 곳들에서 내부갈등이 심각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결국 ‘자리 싸움’인데, 합병 후 통합공채가 이뤄져도 기존 파벌간 ‘줄 세우기’가 이뤄진다. 합병 20년이 된 우리은행을 보면 기존 파벌 자체가 사라지지 않은 한 좀처럼 갈등이 사라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채용비리의 책임을 지고 지난 2일 이광구 행장이 사의를 표명한 우리은행이 위기에 휩싸여 있다. 사진은 퇴계로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헤럴드경제DB]
채용비리의 책임을 지고 지난 2일 이광구 행장이 사의를 표명한 우리은행이 위기에 휩싸여 있다. 사진은 퇴계로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헤럴드경제DB]

반면 외국계 은행들은 강력한 리더십을 자랑하고 있다.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이 합쳐진 씨티은행의 박진회 행장은 지난달 연임에 성공했다. 대규모 점포 축소로 정치권의 집중포화를 맞았지만 자리를 꿋꿋히 지키고 있다. 노조의 반발도 단숨에 잠재웠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제일은행이 합쳐진 SC제일은행도 실적개선이 뚜렷하고 외부로 드러난 내부갈등이 없어 박종복 행장의 내년 1월 연임이 유력하다.

도현정ㆍ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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