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 1204억달러→3848억달러, 국가신용등급 11단계↑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우리나라 거시경제 지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튼튼해졌다. 특히 국가신용등급은 11계단이나 상승하면서 수치로만 본 경제의 기초체력은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적 위기상황은 당시와 버금가는 수준이라며 경제 체질개선 등 종합적인 처방의 시급성을 강조한다.
14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위기 때인 97년 말 204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3844억6000만 달러로 늘었다. 이는 전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외환보유액이다.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을 때 급격하게 한국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단기외채(만기 1년 미만)의 외환보유액 대비 비중도 97년 말 286.0%에서 올해 6월말엔 30.8%로 대폭 낮아졌다. 이는 외환보유액의 30%만으로 모든 단기외채를 갚을 수 있다는 의미다.
97년 연간 10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도 지난해 987억 달러 흑자로 전환됐다. 경상수지는 67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2012년 3월이래 역대 최장기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또 98년 이후 19년 연속 흑자다. 94~97년 4년 연속 경상수지 적자(총 483억 달러)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나라 곳간도 탄탄하다. 2015년 기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4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7번째로 낮다. 97년 말 투기등급인 ‘B+’까지 떨어졌던 국가신용등급은 11단계나 상승, 영국ㆍ프랑스와 같은 ‘AA’(세 번째 높은 등급) 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8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며 “양호한 재정ㆍ대외건전성이 신용등급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외환위기 20년만에 튼튼한 나라곳간과 대외 건전성을 인정받는 원인에는 뼈를 갂는 구조조정덕분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대국민 인식설문조사에서도 외환위기가 한국경제에 남긴 긍정적 영향을 묻는 질문에 4명 중 1명은 ‘구조조정을 통한 대기업ㆍ금융기관의 건전성 및 경쟁력 제고(24.5%)’라고 답했다. 다음은 ▷아끼고 절약하는 소비문화 확산(23.1%) ▷기업경영 및 사회전반의 투명성 제고 (22.7%) ▷국제협력을 통한 글로벌 금융 안전망 강화(14.4%)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 노동시장 구조변화(6.9%) ▷공공기관 민영화 등 공공부문 개혁(6.8%) 순으로 응답자가 많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수치 체력은 20년전보다 ‘상전벽해’ 수준으로 개선됐지만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위기 측면만 제외하고는 현재 상황이 1997년 경제위기 전후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1997년 경제위기 발생 직전 기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며 중견 기업들이 붕괴됐는데, 2014년 이후에도 중견 기업들이 이미 연이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통화·재정·구조조정까지 위기 극복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처방의 필요하다”면서 “정책 당국과 경제전문가들이 경제에 대한 위기 의식을 갖고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합리적인 정책 토론과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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