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전형부터 제품 기획ㆍ마케팅 방법 등 요구 -“구직자 아이디어 도용” 목격담 수두룩 -“수천 명 잠재고객 아이디어 수집” 비난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취업준비생 최모(29) 씨는 몇 달 전 스마트폰으로 한 광고를 보고 화가 치밀었다. 그가 지난해 한 회사 실무전형에 제출했던 마케팅 기획안에 쓴 문구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제품 타깃층을 정하고 광고 콘티를 짜는 데 꼬박 일주일. 그때 노력했던 게 떠오르면서 불합격의 아픔도 같이 밀려왔다. 최 씨는 “떨어져서 한번, 이용당해서 두 번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떠한 안내도 없이 아이디어만 쏙 빼가는 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 사이에서 채용 전형 중 ‘기획안’, ‘PPT’ 등 실무전형을 보는 게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현가능성과 남들과는 다른 창의성 등을 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부 회사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제출한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발견되고 있다.
특히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마케팅, 영업, 언론, 광고업계에서 아이디어 도용이 자주 벌어진다. 방송국 PD를 지원하는 정모(30) 씨는 자신이 자기소개서에서 작성한 방송 기획안이 그대로 방송에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정 씨는 “제목, 기획의도, 심지어 출연진까지 모두 일치했다. 회사에 문의했더니 원래 기획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지만,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비슷했다”고 답답해했다.
직접적으로 방법론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10년뒤 은행점포의 모습은?’, ‘기업의 발전 방향’ 등 간접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출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작년 가을 은행에 취업한 한모(26ㆍ여) 씨는 점포를 직접 돌고 장단점을 분석하라는 문항을 쓰기 위해 서울 시내 은행 점포 5군데를 돌아다녀서 거의 리포트를 썼다. 한 씨는 “그땐 정말 합격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했지만 들어와서 보니 이 문항은 은행의 먹거리가 달린 핵심 고민이었다”며 “이를 취업 지망생이자, 주요 미래 고객인 젊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아주 편하게 모으고 있던 셈”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채용과정이라는 이유로 아주 편하게 2030대의 가치관, 아이디어, 관심사를 수집하고 있지만,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에서는 업계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중견기업 기업 인사담당자는 “취업준비생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일은 없다. 지원자들에게 직접 상품을 기획하거나 마케팅을 펼치게 하는 게 회사 입장에선 가장 효과적으로 인재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모두가 공통으로 제출해야 하는 1차 자기소개서 전형부터 기획안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한다. 취업준비생은 이한별(30ㆍ여) 씨는 “자기소개서에 2030을 위한 기업 홍보 방안을 묻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3ㆍ4차 전형까지 올라가서 PPTㆍ기획안 심사를 하는 것은 실무능력을 본다고 말할 수 있지만, 자기소개서 항목을 통해 구체적인 제품 홍보나 기획안을 요구하는 것은 수천 명에게 손쉽게, 일괄적으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