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잠재성장률 하방 압박 낡은규제 폐지·구조개혁 급선무
한국 경제가 또다시 성장과 분배라는 고전적 논쟁에 휘말렸다. 문재인 정부가 ‘분배를 통한 성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성장이 실종됐다”는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학계와 경제계 일각에서는 미국발(發) 긴축, 베네수엘라 등 신흥국 부도 위험 등 위기가 고조되는 현 상황에서 소모적인 논쟁에 매몰되지 말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떨어진 경제의 활력을 되찾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2020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8∼2.9%로 추정된다. 2001∼2005년 4.8∼5.2%, 2006∼2010년 3.7∼3.9%, 2011∼2015년 3.0∼3.4% 등 하락세가 지속되다 마침내 3%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넘을 것이라는 소식이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약화된 사실에 기인한다. 한은 분석 결과 잠재성장률 구성 요인 중 총요소생산성은 2001∼2005년 1.9%에서 2016∼2020년 0.7%로 하락했다. 미국 싱크탱크 콘퍼런스보드가 집계하는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7년 4%에서 올해 2%로 반토막 났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인구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향후 잠재성장률 하방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시장 규제 수준은 33개 회원국 중 이스라엘, 멕시코, 터키에 이어 4번째로 높다.
가계소득 감소와 가계부채 증가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가계 실질소득은 월평균 439만1823원으로 1년 전보다 0.2% 줄어들었다. 2015년 4분기 이후 8분기째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가계부채가 늘면서 가계의 원리금상환부담비율(DSR)은 2012년 17.2%에서 지난해 26.6%로 증가했다. 소득이 제자리인데 빚 상환 부담만 커지면 가계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 생산ㆍ투자와 국가 경제엔 큰 타격이다.
전문가들은 사회ㆍ경제적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 구조조정과 기술혁신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저출산ㆍ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과 기업 등 경제적 비효율은 제거하고 금융ㆍ노동시장 제도를 포함한 규제 환경을 혁신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들을 완화ㆍ폐지하고 과감하게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신(新)산업 분야에 한해 일정 기간 규제 없이 사업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를 내년부터 도입, 시행할 방침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환영할 만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빅데이터 활용이 막히거나 은산분리 규제로 ICT 주도 인터넷전문은행 혁신 속도가 지연되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규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spa@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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