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때 사고 비쌀 때 판다 (buy low, sell high)’는 개념은 투자뿐만 아니라 모든 거래에 있어서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투자 원칙 중 가장 오랫동안 회자되어 온 이 개념을 실제로 적용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오히려 대다수 투자자들은 “비쌀 때 사고 쌀 때 파는” 정반대의 행동을 하곤 한다.
올해 노벨상을 수상한 시카고대 세일러 교수와 같은 행동경제학자들은 투자를 할 때 나타나는 ‘집단 사고’ 및 ‘손실 회피’와 같은 비이성적인 행동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다고 해석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고 매스컴을 통해 장밋빛 전망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시장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주식을 사거나 펀드에 가입하고,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손실이 커질 거란 불안감에 버티지 못하고 주식이나 펀드를 손절매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숫자가 펀드 수익률과 고객 수익률의 차이다. 2003년 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10.1%를 기록한 반면, 해당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은 연평균 6.9%로 3.2% 포인트나 낮은 수익률을 얻었다. 즉, 2003년 1월에 주식형 펀드에 100만원을 가입해서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평가금액이 517만원으로 늘어나지만, 실제로는 고객들이 환매와 가입을 반복한 결과 잔고가 368만원만 남았다는 뜻이다. 금융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로 알려진 피터린치가 운용했던 마젤란 펀드가 1977년부터 1990년까지 13년동안 연평균 수익률이 29%를 기록하였으나, 해당 펀드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손실을 보았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2016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미국 전체 퇴직연금 25.3조 달러 중 펀드로 운용되는 자금이 7.6조 달러로 약 30%를 차지한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16년말 기준으로 전체 퇴직연금 149조 원 중 펀드로 운용되는 자금이 8.2조로 약 6%에 불과하다. 보험연구원이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펀드보다 원리금 보장형을 선택하는 이유로 50% 이상의 답변이 원금손실에 대한 부담감을 꼽고 있다.
그러나, 가격 등락이 가장 심한 주식의 경우에도 장기간 투자하면 원금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다. 예를 들어 1950년 이후 아무 시기에나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 10년 투자했다면 손실이 발생한 경우는 3.3%에 불과하고, 20년 투자했다면 손실확률은 0%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80년 이후 KOSPI 지수에 10년 투자하면 손실확률 14.4%, 20년 투자하면 손실확률이 0%이다. 반면 수익측면에서 비교하면 1986년 이후 우리나라 정기예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6.8%인 반면 주식 수익률은 10.1%에 이른다. 즉, 지난 30년 동안 정기예금에 가입했다면 원금의 7.9배로 늘어나지만, 주식에 투자했다면 20.8배까지 늘어났다는 뜻이다.
저성장으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은퇴자금 마련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가고 있다. 펀드가 단기간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수단이 아닌 안정적 노후설계를 위한 연금투자에 활용되는 것이 “미래의 두려움을 이기는 진정한 투자방법”인 것이다.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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