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부부, 결혼자금 날린 청년…피해 속출 -해외 도피 ‘검은머리 외국인’ 7명 적색수배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가상화폐 채굴기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1만8000여명의 피해자를 낳은 국제 다단계 사기조직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외사부(부장 최호영)는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미국법인 마이닝맥스의 계열사 임직원 7명과 다단계 모집책 중 최상위 사업자 11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20일 밝혔다.

‘오늘 같은 밤이면’ 등의 노래로 잘 알려진 가수 박정운(55) 씨는 지난해 8~10월 마이닝맥스의 홍보 계열사 대표로 재직하면서 회삿돈 4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외에도 가치가 없는 가상화폐의 판매 홍보를 한 전산 담당자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해외로 도피한 미국 국적의 마이닝맥스 회장 A(55)씨 등 ‘검은머리 외국인’ 7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를 내렸다. 국내에 도주 중인 최상위 사업자 4명은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에 계열사를 설립하고 조직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만 총 1만8000여명으로, 피해액은 2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피해자가 1만4000여명으로 가장 많다.

검찰은 미국으로 도피한 주범들이 범행을 계속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채굴기를 사면 한 달에 2~3개의 이더리움(가상화폐)이 채굴된다. 6개월 내에 원금 회수가 가능하고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처럼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수학 문제 등 어려운 수식을 풀면 얻을 수 있다. 마이닝맥스가 판매한 채굴기는 이 수식을 풀어주는 컴퓨터 기계다.

마이닝맥스는 채굴기 판매를 위해 국내, 외에 다단계 조직을 만들었다. 전산을 조작해 실제 채굴 가능량보다 가상화폐가 더 많이 채굴되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였다.

피해 사례는 속출했다. 검찰에 따르면 부부가 전 재산 2억원을 투자해 채굴기 50대를 사들였다가 파산하는가 하면, 결혼 자금 25000만원을 날린 30대 청년, 교사 퇴직금 중 일부인 5000여만원을 모두 잃은 60대도 있었다.

피해자들이 투자한 돈은 다단계 사업자들의 배를 불렸다. 마이닝맥스는 채굴기 판매 실적에 따라 등급을 나눠 가장 우수한 다단계 사업자 7명에게는 최대 40억원의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적 우수자에게는 별도로 벤츠와 제네시스 등 고급 승용차와 고급 시계도 제공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마이닝맥스는 채굴기 판매대금을 해외 계좌로 직접 받거나 국내에서 채굴한 가상화폐를 회사 고문 B(44)씨 등의 해외 가상화폐 계좌로 옮겨 수사기관의 자금추적을 피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마이닝맥스는 신종 가상화폐 제조사를 차려 가치가 없는 가짜 코인을 판매하는 수법으로 40억여원의 범죄수익을 올린 사실도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일확천금을 노린다기보다 안정적인 수익 보장에 목적이 있던 경우가 다수였다”며 “투기 위험성이 높은 가상화폐에 묻지마식 투자가 만연할 경우 서민경제의 붕괴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