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최악상황 면했지만 아직 불안” -이번 권고안 중기·자영업자 부담 가중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강하게 드라이브가 걸리던 노동정책들이 속도조절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영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채 이상론에서 추진되던 정책들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궤도 수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표면적으로는 노동계측에 기울었던 정책의 무게추가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기업인들은 여전히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단순히 기업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정부의 노동정책 속도조절 기조는 지난 26일 최저임금위원회가 상여금, 능률수당, 급식수당 같은 실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책 권고안을 마련한 데서 감지되고 있다. 기업인들은 권고안이 나오자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 제도 개선 방향에 기업측의 합리적인 요구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기업들은 1년 내 지급된 모든 정기상여금을 12개월로 나눠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권고안대로 최저임금 제도가 개선되면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 인상을 막는 효과가 기대된다. 내년 최저임금이 현재의 산입기준을 유지한 채 16.4% 오르면 연봉 4000만원을 받는 근로자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가 될 것으로 우려돼 왔다.

다만 이번 권고안은 여전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기업의 반발은 여전하다. 최저임금위는 업종ㆍ지역별 차등 적용에 대해서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든 사업장에 일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상여금 자체가 없는 자영업자 및 영세기업에게 이번 권고안은 무용지물이다.

비정규직 대책에서도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정부가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통령 직속 기구인 일자리위원회는 비정규직 고용 억제를 위해 시행하려던 ‘비정규직 고용부담금(부담금)’의 도입을 철회했다.

당초 일자리위는 ‘비정규직 상한제’를 신설, 상한선을 초과해 비정규직을 고용한 기업에 일종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일자리위는 비정규직 고용률이 11%가 넘는 300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최소 7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780만원에 달하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유력히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일자리위는 부담금을 도입하는 대신 비정규직 대책으로 함께 추진되던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만을 도입키로 입장을 선회했다. 비정규직 고용 억제를 위해 고용부담금과 사용 사유 제한이 동시에 시행될 경우 기업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등 최근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립이 첨예한 이슈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법인세 인상 등과 맞물려 기업 경영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 부담을 고려해 특정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