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철수불구 한국GM 수수방관 GM본사 소극적 대응도 한몫 이자놀이 등 의혹도 불거져 작년 10월 제너럴모터스(GM)는 호주 생산 공장을 폐쇄했다. 69년동안 운영해오던 곳이다. 실질적인 폐쇄 원인은 알려진 바 없지만 원가 경쟁력과 무관하지 않다. 최저임금이 미국의 2배를 웃도는 높은 인건비 탓에 원가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이제 GM의 타깃은 ‘한국GM’으로 변경됐다. 호주와 마찬가지로 한국GM도 ‘고비용 구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등에서 GM이 철수하면서 한국GM의 수출도 그만큼 줄었다. 하지만 인건비 등 고정비는 그와 반대로 꾸준히 올랐다. ◆관련기사 26면
하지만 GM본사 측의 경영판단 실패도 한 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 등지에서 잇달아 철수하면서 한국GM 수출물량이 줄어들었는데도 GM 본사는 한국지엠에 생산량을 추가로 배정하지 않고 수수방관했다는 이유다.
▶위기의 한국GM, 결국 고비용 탓?= 12일 한국GM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누적 적자가 약 2조원에 달하며 지난해도 약 6000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꾸준히 올랐다.
한국GM의 2017년 기준 임금 수준은 2002년의 2.5배까지 뛰었고, 총 인건비(2015년 기준)는 2010년과 비교해 50% 이상 늘었다. 2013년 이후 2016년까지 성과급은 해마다 1000만원 이상 늘었고, 기본급 인상률은 3.3~5% 범위에서 유지됐다.
임금 상승에는 통상임금 소송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국GM의 주장이다. 2013년과 2014년에 걸친 노조와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소급분 지급 의무는 없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상여금 등의 통상임금 인정으로 이후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저조한 판매 실적에 고정비 부담만 커지면서 공장 가동률은 뚝 떨어졌다.
부평 공장 가동률은 100%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차 스파크, 상용차 다마스ㆍ라보를 생산하는 창원의 가동률은 70% 수준이다. 특히 준중형차 크루즈, 다목적차량(MPV) 올란도를 만드는 군산 공장의 가동률은 20%를 밑돌아 거의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위기타개를 위해 한국GM 노사는 예년과 달리 지난 7일 단체교섭을 앞당겨 시작했지만 노사간 이견차이로 올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GM의 글로벌 경영실패 책임전가하나= 이처럼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위기에 빠진 한국GM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정부에 경제적 지원 등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이유를 고비용 구조의 탓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일부에선 GM 본사측의 경영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3년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철수와 오펠매각 등에 따라 한국지엠의 수출물량이 줄어들었다.
2016년 기준 한국GM은 반제품 조립(CKD) 수출량까지 포함해 모두 126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하지만 GM 본사의 유럽시장 철수 등으로 CKD 수출이 급감했다. 지난해 기준 CKD 수출 물량은 54만대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상황이 어려워졌음에도 GM 본사는 한국GM에 생산량을 추가로 배정하지 않고 수수방관했다.
내수에서도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내수의 경우 스포츠유틸리티(SUV) 라인업을 포함해 눈에 띄는 신차가 최근 몇 년간 거의 없었다.
뿐만 아니라 GM 본사가 한국지엠을 상대로 ‘이자놀이’를 해왔다거나, 부품·제품 거래과정에서 한국지엠이 손해를 보고 이익을 본사에 몰아줬다는 의혹도 일어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의 지원 요구 시기나 태도, 그간의 자정노력 등을 보면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며 “물량이 없어서 국내에서 못 파는 볼트EV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와 모터 등 10여개 핵심부품이 한국산인데도 국내에서 만들 생각은 전혀 안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업에 최선을 다해도 안 됐을 때 그 나라 정부의 공조를 요청한다면 몰라도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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