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배우 경력 이용해 가짜 공연회사 차려 -기술보증기금 허점 악용해 불법 대출 -대출금 대부분 채무 변제와 생활비에 써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유령회사를 세우고 가짜 사업계획서까지 만들어 투자금을 빼돌린 단역배우 출신 30대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기술보증기금과 은행 등으로부터 3억원의 창업자금을 불법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주범 이모(34) 씨를 구속하고 가짜 사무실을 알선해준 전모(48) 씨를 불구속 입건해 사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과거 단역배우로 활동했던 이 씨는 경험을 살려 공연제작 업체 세 곳을 세우고 기술보증기금에 창업자금 대출 보증을 신청했다. 손쉽게 기금으로부터 보증서를 받은 이 씨는 보증서를 통해 시중 금융기관에서 3억원에 가까운 창업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씨가 세웠던 회사는 모두 이른바 ‘유령회사’였다. 이 씨는 단순히 대출금을 받기 위해 사업체를 차린 것으로, 애초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가 전 씨로부터 알선받아 차린 사무실 세 곳도 모두 가짜였다.

대출 신청을 받은 기술보증기금은 부실 검증으로 이 씨의 가짜 회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보증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청을 받은 기술보증기금은 보증서를 발급하기 전 현장평가를 통해 해당 기업이 실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을 조사해야 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기금은 기본 서류와 간단한 대면 절차만 진행한 뒤 보증서를 발급해줬다.

보증서를 받은 이 씨의 대출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3억원의 대출을 받은 이 씨는 회사 일에 돈을 쓰는 대신 자신의 생활비와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 일단 대출이 되면 사용처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이 씨에 대해서는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현장평가를 대비해 사무실을 알선한 전 씨에 대해서는 불구속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경찰은 “보증서 발급 심사가 서류 심사와 간단한 현장실사 위주로 이뤄지는 허점을 악용한 범죄로 보인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