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리 비핵화 ‘체크메이트’ 이룰 카드는? -빨라진 한반도시계, 南ㆍ北ㆍ美는 어디에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은 5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5일 방북한다. 청와대 대미 채널인 정 실장과 대북통으로 꼽히는 서 원장은 1박 2일 동안 평양 등에 머물며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작업에 나 선다. 문재인 정부에 특사카드는 북미대화를 타진할 ‘체크메이트’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기대 뒤에는 팽팽해진 긴장감이 잠복해 있다. 빨라진 한반도 시계 속에서도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해야 한다.

▶특사카드…한반도 문제 ‘평화적 해결’ 위한 조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브리핑에서 특사단의 주요임무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북한 고위 관계자들과의 대화’다. 윤 수석은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조건 조성과 남북교류 활성화 등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도 구체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핵ㆍ미사이 도발 중단(모라토리엄)을 거친 단계별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해왔다.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면 북한이 반대하고 있는 한미연합 군사훈련도 재연기나 축소가 가능하다는 게 청와대 통 일외교특별보좌관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의 분석이다.

▶한미훈련, 한반도 긴장 원인으로 삼으려는 北=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계기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백두혈통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 제1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파견함으로써 ‘핵 있는 평화’를 적극 어필했다. 북측은 한국 내 일부 시민들의 반발에도 남북대화의 흐름을 멈추지 않는 한편, 관영매체를 이용해 “핵무력은 조선반도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민족 공동의 전략자산”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북미 대화조건도 북한은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을 강조했다. 북한은 3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외무성 대변인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북미 대화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좀 더 분명히 했다. 북미대화에 대해 그동안 조선신보 등 외곽매체에서 입장을 밝힌 것보다 급을 높인 양식이다. 김정은 정권이 북미 대화조건에 대해 의견을 굳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외교적으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우리의 일관하고도 원칙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지향하는 대화는 국가들 사이에 평등한 입장에서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논의 해결하는 대화”라는 입장도 밝혔다.

미국이 비핵화를 목표로 한 대화에 북한이 나올 때까지 최대한도의 압박을 가하겠다는 강경 기조를 굽히지 않자 북한은 북한대로 미국이 만들려는 대화 틀에 선선히 들어가지 않을 것임을 밝힌 셈이다.

▶남북대화로 인한 한미 긴장 우려하는 美= 문재인 정부가 만든 대화기조에 미국은 일단 보조를 맞추고 있다. 미 부통령 비서실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북미회동 불발 사실을 공식화한 이후 미측은 연일 북미대화 가능성을 제시하며 한국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 주재 중견 언론인 모임인 ‘그리디론클럽’ 연례 만찬에서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남북대화를 이용해 한미를 이간하려는 북한의 전략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평창동계올리픽 방문 당시 깜짝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과 미국의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단계적 비핵화 원칙’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을 대화조건을 내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에서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해야 한다”며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치광이 다루기의 위험성에 관한 한 그것은 그(김정은)의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반도 긴장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성과 군사옵션 제스처에 있지 않고 김정은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에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 ‘로켓맨의 자살임무’ 등 강경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발언에 김정은이 ‘하와이 포위사격 경고’로 맞서면서 지난해 9월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北, 이례적 도발 중단?= 평창동계올림픽 휴전결의안을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은 다소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이후 재개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놓고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90일 이상 도발을 중단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남북 신뢰구축 차원에서 한미 훈련을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대승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올림픽 계기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켰다. 하지만, 한미 연합훈련에 따른 긴장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북한이 ‘대승적’으로 도발 중단에 나섰다고 보기 어렵다. 당장 한미 연합훈련은 1953년 7월 휴전협정이 체결된 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고자 연례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위기를 만드는 북한의 행동을 억제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북한의 미사일 도발 패턴을 보면 북한은 10~11월 이후부터 2월~3월 사이까지 도발을 감행하지 않았다. 특히 북한의 도발 횟수는 4월과 8~9월 사이 급증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북한의 도발 중단은 대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가 될 수도, 핵무력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이 대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고 해도 핵무력을 포기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북한이 시간벌기에 나섰다고 해서 대화용의를 밝힌 게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평창올림픽 계기 마련된 대화의 기회가 어떤 결과가 이끌지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의 협상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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