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5월1일 노동절은 노동자들의 근로조선 개선과 지위 향상은 물론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지만, 오늘날 한국은 일자리 위기, 노동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고용없는 성장’이 심화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물결 속에 ‘고용축소형 성장’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1일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수년간 지속돼온 고용의 위기에 대응해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지난해 5월 출범해 예산ㆍ세제ㆍ정책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것이 1년 됐지만 고용지표들은 줄줄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가장 최근 지표인 올 3월 실업자는 125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명 늘어나며 3월 기준으로 실업자 집계 기준을 바꾼 2000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4.5%로 3월 기준으로 2001년 이후 17년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11.6%로 2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잠재구직자 등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전체가 12.2%, 청년층은 24.0%에 달했다.

경기회복에도 고용사정이 악화된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다. 선진국들은 경제가 회복되면서 고용사정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 평균실업률이 올 2월 5.4%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0.2%포인트 낮아져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최근 선언했다. 실제로 미국ㆍ일본ㆍ독일 등 주요국 실업률이 최근 3~4년 사이에 2%포인트 안팎씩 떨어졌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한국의 전체실업률은 3.2%, 청년층 실업률은 7.1%에 머물렀다. 지금보다 각각 1.3%포인트, 4.5%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일자리에 관한한 매우 우수했다. 하지만 지금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악의 일자리 성적표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일자리 사정이 거꾸로 가는 것은 ▷20대 후반 에코세대 증가와 고령화로 인한 노년층의 노동시장 잔류 등 인구구조 변화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구조적 문제 ▷한국경제의 일자리 창출능력 저하가 복합된 때문이다.

특히 경제의 일자리 창출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음에도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일자리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10억원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취업자수인 취업계수는 1990년에만 해도 43.1명으로 40명을 웃돌았으나 1997년(29.6명), 2009년(19.9명)에 30만명대와 20만명대를 밑돌았고, 지난해엔 17.2명으로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런 노동의 위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다.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본격화하면 지능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이 사회ㆍ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노동의 위기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도 단기적인 일자리 늘리기에만 힘을 쏟을 뿐,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권도 기업들의 눈치를 보면서 노동시간 축소와 일자리 나누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일과 삶의 균형 등 미래지향적 노동시장 개혁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해 노동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전세계 근로자 축제의 날인 노동절,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개혁과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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