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해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0% 이상 지분 확보 - 에피스 이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 사항이 관건될 것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폭락하는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관계사’가 될 수 있는지 시장에서 다시 한번 논란이 되고 있다. 특정회사가 다른 회사에 대한 지분을 50% 이상 투자하게 되면 투자받은 회사는 통상 ‘자회사’로 분류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피스에 대해 여전히 ‘관계사’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일대비 15.8% 급락한 41만5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장 초반 매물이 쏟아지면서 VI(변동성완화장치)가 발동되기도 했다. 시장에선 전날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리자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풀이했다.
지난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당시 에피스 지분을 91.2% 가량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회사(종속기업)’가 아닌 ‘관계사(관계기업)’로 전환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자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봤다는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1.2% 수준의 에피스 지분을 연결 재무제표에서 제외하는 대신 관계기업 지분으로 분류, 취득가(2905억원)가 아니라 공정가격(4조8806억원)으로 주식을 평가했다. 이 영향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이후 처음으로 1조9049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었다.
당시 에피스의 지분을 보유한 바이오젠이 향후 콜옵션(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보통주 매수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게 관계사로의 전환의 이유였다. 실제로 바이오젠은 지난달 24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콘퍼런스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협업을 위해 콜옵션을 행사할 계획”이라는 의견을 밝히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계사 전환’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도 최대 ‘50%-1주’까지만 지분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콜옵션 행사 이후에도 여전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 지분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상황에서 ‘관계사’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일반적인 기업지배 관계를 벗어난 회계처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회계 전문가들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를 절묘하게 활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K-IFRS 기준을 활용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이 50%가 넘어도,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계약상 ‘이사회’를 동수로 구성할 수 있게 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이 가능하다. 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이사 수가 동일하면, 안건에 대한 의견이 절반씩 갈려 특정 안건의 의결이 두 회사 중 한 회사의 마음대로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모두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지분율로 자회사와 관계사를 구분하지만, 결국 주요 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이뤄진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보다 지분율은 높아도, 에피스 이사회를 ‘동수’로 구성할 시에는 지배력을 상실해 ‘관계사’로 에피스로 전환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반 사항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최종 결정까지는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를 거론하며 관계사 전환의 타당성을 따져봤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구체적인 계약관계에서 문제를 찾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자회사와 관계사 중 무엇으로 회계처리를 했어야 하는지는 이사회 구성을 들춰볼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넘어선 이사회 구성 관련 계약이 시장에 공개될 때 많은 의문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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