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카 구입에 승용차값 지불 마트서 자신위한 피규어 구매 30대이상 남성 키덜트족 급증

#1. 30대 후반의 남성 둘이 심각하게 얘기 중이다. “사장님, 타이어 한쪽이 완전히 찢어졌어요. 이거 오래 타지도 않았는데…. 인터넷 검색해보니 OO제품거 나왔던데 혹시 있나요? 한대분에 16만원 맞죠?” “네, 이번에 새로 들여왔는데, 이번 타이어는 질기고 오래 갈 겁니다.” 얼핏 들어보면 흔한 카센터에서 타이어 수리를 위한 대화처럼 들린다. 하지만 여긴 RC카 매장이다.

#2. 경기도 파주에서 출판일을 하는 싱글남 최윤택(36ㆍ가명) 씨는 작년 이맘때 어린이날에 있었던 영웅담(?)을 이야기한다. 최 씨는 대형마트에서 한정판 로봇 피규어를 판매했는데 그때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 사이에서 엄청난 경쟁 끝에 간신히 득템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조카가 무척 좋아했겠다고 말하니 최 씨는 조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간직하고 싶기 때문에 구매한 것이라고 했다.

하비센터 매장안에 미니카 전용 서킷이 있다. 동호회 회원 및 일반 참가자들의 차량들이 경주 전 출발선에 일렬로 서 있다.   [제공=하비센터]
하비센터 매장안에 미니카 전용 서킷이 있다. 동호회 회원 및 일반 참가자들의 차량들이 경주 전 출발선에 일렬로 서 있다. [제공=하비센터]

나이 드신 분들이라면 ‘아직도 철이 없다’, ‘세상 물정 모른다’고 할 얘기들인지 모르지만, 30대 이상 성인남자들이 어린이처럼 장난감에 푹 빠져있다. 손바닥보다 작은 피규어부터 하늘을 가르는 최첨단 드론까지 장난감에 열광하는 어른인 ‘키덜트족’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관련기사 19면 다 큰 성인이 왜 장난감에 푹 빠져들까. 일산에서 RC카 매장을 운영하는 유호동 알씨비스타 사장은 “이들의 공통점은 성인이 됐어도 어렸을 적 감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 시절 향수를 잊지 못하고 성인이 된 지금 구매력을 갖게 되면서 다시 장난감에 빠져든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부모들의 지갑만 열리기를 기다렸던 어린시절을 지나 키덜트족은 이제 자신의 지갑을 열고 고가라도 원하는 제품을 과감히 사들인다”고 했다.

RC카 입문 2년차인 이병기(43) 씨는 최근 날씨가 제법 풀리자 주말이 더욱 기다려진다. 쉬고 싶어서가 아닌 RC카를 갖고 놀기 위해서다. 이 씨는 “2년전 SNS에서 몬스터 트럭 RC카가 유아 웨건에 아이를 태운 채 끌고가는 모습에 반해 우리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풀셋트로 110만원을 주고 구매했다”며 “처음부터 조종은 서툴렀지만 지금은 원하는대로 운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요즘엔 산악용 RC카를 구입해 액션캠을 붙여 산행하는 모습을 마치 블랙박스처럼 담아내 집에서 다시한번 주행보습을 확인한다고 한다. 그는 “한번 빠지게 되니 계속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지르고’ 싶다”며 “지금까지 구입한 차량들만 보면 거의 중고차 값을 훌쩍 넘긴다. 그래도 이 바닥에서는 큰손에도 못끼는 축이다”고 했다.

부천에서 RC카 매장을 운영하는 조형준 하비센터 대표는 “요즘에는 키덜트족이 아닌 가족단위로 찾아오는 고객도 많다”며 “매장에 미니카 전용 서킷이 있어 주말만 되면 밤 늦게까지 가족들이 함께 조립하고 시합하는게 일상화됐다”고 했다.

과거 일본 SF 애니메이션 ‘건담’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건담 프라모델은 일명 ‘건프라’로 키덜트 시장의 대표적 아이템이다. 10대 시절 소형 장난감에 만족해야 했던 마니아들은 성인이 되자 곧바로 수십만원대의 건프라를 거침없이 구매한다. 또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를 토대로 한 캐릭터 피규어도 있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부터 최근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까지 키덜트 시장에서 각광 받고 있다.

이처럼 키덜트는 어느덧 문화산업까지 이끄는 동력으로 자리잡았지만 국내 업체들은 키덜트 시장에 충분히 대응하지는 못하고 있다. 온라인서 활동하는 건프라 카페지기인 김모 씨는 “키덜트족은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에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를 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키털트에 대한 공략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최원혁 기자/choigo@


choi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