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초안을 발표하고,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오는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거대 금융그룹이 금융시장에 초래할 체제적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여러 금융업종을 영위하는 금융회사들이 하나의 지배권에 종속돼 있는 경우 금융감독상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 금융회사가 다른 금융회사 또는 비금융회사와 복잡한 상호출자 또는 교차출자 관계로 연결돼 있는 경우 개별 회사는 건전해 보이지만, 그룹 전체 차원에서 금융부문에 투입된 자본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또 계열사간 거래가 증가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특정한 계열회사가 이익을 얻고, 다른 회사가 손해를 입거나 과다한 위험을 보유할 수 있다.

당국이 통제하겠다고 한 게 바로 이런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만이 통합감독이 필요한 근본 이유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는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을 충분히 강화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감독이 필요한 진정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통합감독은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아니라 금융시스템 전체의 체제적 위험과 더 많이 관련돼 있다. 그런데 체제적 위험을 관리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일이고 딱히 이를 누가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회사 통합감독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통합 감독의 목표가 무엇이고, ‘누가, 어떤 정책수단으로 감독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이번 발표에는 답이 담겨 있지 않다. 그것이 문제다.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 부위원장을 책임자로 하는 금융그룹 감독협의체를 주된 감독자로 설정하는 듯하다. 사실이라면 이것은 장난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최대 재벌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얽혀있는 문제를 금융위 부위원장이 감독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적어도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이 그 구성원이 되는 별도의 기구가 최종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어쩌면 이에 관한 최종 확인은 대통령이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선진국들의 해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경우 재무성 장관과 연준 총재, 예보 사장,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이 참여하는 금융안정감시협의회가 체제적 안정성 유지 임무를 관장하고, 체제적 위기의 선포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이 하도록 돼 있다.

‘어떤 정책수단을 사용할 것인가’ 문제도 고민해 봐야 한다. 이번 발표는 모범규준 차원이기 때문에 ‘권고’에 그쳤다. 이 부분은 앞으로 관련 법률이 제정되면 적절한 ‘명령’으로 대체될 것이다. 문제는 명령의 내용이다. 통합감독의 궁극적 정책 수단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금융감독기구가 금융그룹내 계열사의 출자현황 등을 손쉽게 파악하고 여차하면 이를 분리해 낼 수 있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 형성 명령제’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저런 정책수단을 사용해도 체제적 위험을 줄일 수 없을 때 궁극적 정책수단으로 동원해야 하는 ‘계열분리 명령 청구제’이다. 이번 발표에는 이 두가지가 모두 빠져 있다. 앞으로 법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가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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