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빌보드의 메인차트인 ‘빌보드 200’ 1위에 ‘핫100’ 10위, 게다가 세계적인 스타를 제친 톱소셜아티스트상 수상까지. 최근에 일어난 일만 요약해도 이렇게 엄청나다. 이제 그룹 방탄소년단이 이뤄내는 성과를 일일이 짚기는 입이 아플 정도다. 방탄소년단은 활동을 거듭할 때마다 최초의 기록들을 세웠다. 이들이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케이팝(K-POP)의 새로운 역사이고, 전 세계 음악 시장을 뒤흔드는 진동이 됐다.■ 방탄소년단의 ‘남다른’ 성장아이돌 시장은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거친 시간은 약 30년, 그간의 성장 중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을 꼽자면 바로 ‘한류’다. 한류열풍이 불면서부터 한국 아이돌이 아시아권으로 더 나아가서는 유럽과 남미에까지 고개를 내밀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덕분에 이제는 ‘월드투어’는 어색하지 않은 단어가 됐다. 아예 외국에서 먼저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그런 가운데 방탄소년단은 다시 한 번 한류의 새로운 세상을 개척했다. 현재 아이돌 시장에 한류가 잘 자리 잡아 질적인 성장을 이루는 단계라고 한다면, 방탄소년단은 그 성장의 개념을 아예 바꾸어 놓았다.
방탄소년단이 이룬 성과는 남다르다. 어떤 나라에 진출하고 그 나라에서 얼마나 큰 규모의 공연을 개최하느냐 등 한류돌을 결정짓는 척도로도 설명할 수 없다. 비유를 하자면, 최근까지 한류의 성장은 지금 서 있는 목차에서 여러 소제목을 늘리는 모양새였다. 구체적인 요소를 하나하나 늘려가며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배경을 탄탄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이들은 발끝에 부스터를 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굵직한 과정들을 거쳐 단숨에 또 다른 차원의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그 과정에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뛰어 넘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있다. 이들의 음악은 전 세계인을 하나로 아우르는 힘을 지녔다. 또한 방탄소년단의 신세계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다른 선배 가수들이 쌓아온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 “착륙은 두렵지 않아”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는 방식다만,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이 유난히 무섭게까지 느껴지는 이유는 단기간에 케이팝의 판도를 바꿔놨다는 것이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장벽을 결코 뚫을 수 없던 일들을 불과 몇 년 사이 이뤄냈다는 점이 다른 가수들과 다르다.더군다나 이런 방탄소년단의 기세에 가속도가 붙는 중이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 참석 당시 뒷자리에 앉았지만 이번에는 맨 앞자리 중앙에 자리했다. 이는 단순히 현재 이룬 성과에만 주목이 쏠리기보다 전 세계가 이들의 미래를 가치 있게 눈여겨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빌보드 차트를 총괄 담당하고 있는 빌보드 부사장 실비오 피에로룽(Silvio Pietroluongo)은 빌보드 코리아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핫 100 차트’는 미국 내 음악 시장에서 최고의 권위를 부여하는 차트다. 전 세계의 소비자 트렌드를 담고 있는 만큼 월드 차트 중 가장 높은 신뢰도를 자랑한다. 방탄소년단의 큰 인기와 영향력에 힘입어 급성장하는 케이팝 시장을 빌보드 역시 주목하고 있다”멤버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변화에 조금은 혼란을 느꼈다. 슈가는 디아이콘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높게 날고 있는 것 같다. 너무 많은 게 보이고, 너무 멀리 보인다. 구름 위는 항상 행복할 줄 알았는데, 아래를 보니 때론 두렵기도 하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슈가는 “추락은 두려우나 착륙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말은 방탄소년단의 미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추락은 누구나 두렵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의도치 않게 도달한 곳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자신들도 모르게 발을 내딛은 그곳을, 그래서 현재 나아가고 있는 길을 받아들였다. 실질적인 성과에서 더 나아가, 변화를 더 큰 변화로 이끌기 위한 방탄소년단의 태도는 곧 케이팝의 새 역사를 쓰는 방식이기도 하다.
■ BTS의 길이 곧 우리의 역사방탄소년단을 키워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프로듀서는 그룹의 월드투어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제2의 방탄소년단’을 언급한 의도를 정확히 설명했다. 그는 “서구에 진출하는 팀이 방탄소년단에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지, 내가 또 방탄소년단 같은 팀을 만들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끼워팔기’의 의미로 말한 게 아니다. 방탄소년단이 모델이 되고 그를 통해 다른 케이팝 가수들이 미국 등 서구 시장에 많이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바라는 부분은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의 성과를 산업모델로 잘 만들어서 시장을 열고 기회를 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거다. 이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업에 대한 고민을 하려고 한다”고 대의를 밝혔다. 이제 방탄소년단이 걷는 길은 단순히 하나의 그룹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이 자신들의 성공에 끊임없이 팬들을 언급하는 이유에는 ‘함께 만들어가는 케이팝 시장’의 의미도 있을 터다. 대중도, 미디어도 여기에 포함된다. 모두가 케이팝의 성장을 실시간으로 목도하고 있고 다루고 있다. 그로 인해 앞으로 또 다른 그룹이 음악의 힘을 널리 알릴 수도 있고, 해외 팬들로 인한 또 다른 음악시장이 본격적으로 개척될 지도 모른다. 마치 영화업계가 칸 영화제를 주목하고 그곳에 기대를 품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요계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위상을 바탕으로 빌보드에 취재를 하러 갈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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