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근로자 50명 안 되게 법인 쪼개고…채용 규모 줄이고 -중소기업연구원 “정부·경영자·노동자 모두의 노력 필요”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2~3년은 금방 갑니다. 대기업, 중견기업이야 여력이 있으니까 어떻게 되겠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막막하네요.”

세종특별시에서 폴리부틸렌(PB), 파이프, 배관자재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 A 씨는 ‘당장 근로시간 단축 시행 대상이 아니어서 여유가 있겠다’고 넌지시 건넨 기자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법인을 쪼갠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일단은 300명이 안 넘게 사업부를 분리하고, 나중에 50명 안 되게 또 쪼개야 하겠지요”라고 덧붙였다. 새 법 시행을 앞두고 시장에서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편법을 궁리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A 씨는 “ ‘꼼수’가 좋아보일 리 없겠지만,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니 어쩌겠냐”고 그들을 옹호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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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16시간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300명 이상 상시근로자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된다. 50~299명 기업은 2020년 1월, 5~49명은 2021년 7월부터 관련 법을 적용한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자체 여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중소기업계에선 사업부별로 법인을 쪼개는 방안 외에 채용 규모를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현원 250여명의 한 바이오 기업은 50여명 규모의 영업직 채용을 준비했다가 채용인원을 30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300명을 넘어가면 당장 7월부터 주 52시간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원청기업의 주문에 의존하는 하청 중소기업 입장에서 정해진 기한 내 물건을 납품하기 어려워진다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경기도에서 의류 하청기업을 운영하는 B대표는 “탄력근로제라도 풀어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최대 3개월까지밖에 탄력근로가 되지 않습니다. 납기를 맞출 수가 없어요”라고 하소연했다.

[사진=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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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의견조사’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 뭐냐는 질문에 전체 기업 중 31.2%는 ‘가동률 저하로 생산 차질과 납기 준수 곤란’이라고 답했다. 인력 부족이 심할 것으로 예상한 직종은 기술과 기능직(61.3%)이라고 답했으며, 지금과 비교해 생산 차질이 20.3%가량 발생하고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47만1000원에서 220만원으로 27만1000원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중소기업들은 또 근로시간 단축 이후 평균 6.1명의 인력이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처 방안으로 응답기업의 25.3%는 ‘근로시간 단축분만큼 신규인력 충원’을 고려한다고 응답했으나, 20.9%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 생산량 축소를 감수’하겠다고 답했다. 공정 자동화 등 생산설비 투자(16.9%), 기존 근로자 생산성 향상 도모(13.8%), 용역·아웃소싱 등 사업 외주화(10.2%), 기업분할을 통한 적용 시기 추가 유예(8.4%) 등 순으로 대처 방안이 나왔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박사는 정부와 기업, 근로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노 박사는 “우선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는 사업을 정부가 지원해야 하고, 근로자는 업무에 최대한 충실하면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경영계에서도 이런 노동계의 노력으로 성과가 나면 인센티브 등의 형태로 성과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