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세기의 담판이 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유관국 외교관들이 싱가포르로 모여들고 있다. 회담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은 물론,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모두 외교자산을 투입해 정보전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회담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은 가용 인력을 최대한 투입해 의전과 경호 및 현지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1~3일 일정으로 열리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회의)와 4~7일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고위관리회의에 참석한 다수의 외교안보 인사들은 본국으로 귀환하지 않고 북미정상회담 개최 동향을 살필 예정이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미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각각 협상대표로 한 북미 실무대표단이 의전과 경호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31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들은 이달 4일부터 15일까지 싱가포르로 출장을 떠날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기 전부터 잡힌 일정으로, 백악관은 정상회담 일자가 확정된 직후부터 한국어가 능통하거나 남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해온 외교관들을 싱가포르로 차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샹그릴라 대화에 국방부 인력뿐만 아니라 다수의 외교부 인력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앞서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 등에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가 6자회담 수석대표인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동북아시아과 외교관들을 파견해 정보수집 및 북한 당국자와의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은 오는 9일 싱가포르를 방문한다. 아베 총리는 같은 시기 미국 워싱턴으로 가 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방침이다.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주최국인 싱가포르와 회담 당사국 미국과의 긴밀공조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청와대뿐만 아니라 외교부 인력을 현지에 파견하거나 국내 정보수집하는 데에 외교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간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중러 3자 회담 동향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에 파견된 행정관급 직원은 북미정상회담 이후문재인 대통령이 함께하는 남북미 3자 회담에 대비한 사전답사를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남북미 3자 회담이 아닌 7월 초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대비하기 위해 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한-싱가포르 정상회담까지 약 한달여 시간이 남은 상태에서 현시점에서 사전 답사를 벌이는 건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남북미 3자 회담을 제안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북미정상회담 장소로는 샹그릴라 호텔이 유력한 상황이다. 싱가포르 현지 더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헤이긴 부실장이 이끄는 대표단은 카펠라 호텔에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 샹그릴라 호텔을 방문해 현장을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샹그릴라 호텔은 지난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첫 양안(兩岸) 정상회담을 개최한 곳이기도 하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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