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 전 한은 총재 기조연설 나서 - 산업화 낙수효과 엔진서 소득주도 분수효과 엔진 교체 - 정부 정책추진 균형감각ㆍ기업 적극적 역할분담 강조 - 냉전서 평화체제 이행…“남북경협, 경제 재도약 기회될 것”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한국은 지금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한반도는 냉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이행하고, 경제는 산업화 성장엔진을 소득주도 성장엔진으로 대체하고 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8 헤경氣UP포럼’에 참석해 ‘역사적 전환점에 선 한국’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해방 이후 지난 70여년 역사는 1인당 국민소득이 60달러에서 3만달러로 늘어난 대전환기였고, 지금은 현대사에서 또 하나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승 전 총재는 노태우 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건설부 장관을 거쳐 대한주택공사 이사장, 한국은행 총재 등을 지낸 대표적 한국 경제 원로다.

이날 오전 9시부터 30여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박 전 총재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전환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 가운데 특히 남북관계와 한국 경제에 주목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한반도 경제지형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의 판이 바뀌고 있다”면서 “북한의 자원과 인력,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한다면 막강한 국제경쟁력을 산출해낼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경협이 수출로 연결되고 통일이 된다면 북한은 연 8~10% 고도성장이, 남한은 5% 내외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박 전 총재는 북한의 변화에 대해 ‘경제건설의 절박성’에 기반한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핵개발이 북한의 국익에 부합했지만 이제는 핵포기가 국익에 부합한 상황이라며 북한이 전략목표를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에서 핵을 포기하고 경제를 건설하는 단일목표로 잡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남북경협이 한반도에 통일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전 총재는 “남북통일에 있어 최대 장애는 남북한 경제격차”라며 “남한의 국민 총소득이 북한의 45배, 1인당 소득은 22배, 북한 1년 수출이 남한 이틀치에 해당하는 이런 상황에서 통일된다면 남북한 모두에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때문에 통일 이전에 경제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남한이 북한 경제 건설에 동참해 북한 사람들이 먹고 살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총재는 ‘통일에서 오는 편익은 통일비용부담의 3배에 해당한다’는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인용해 “막대한 통일 비용이 들겠지만 이는 통일과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투자로 이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 경제와 관련해서는 성장엔진이 교체하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성장엔진은 수출과 대기업이 주도한 낙수(落水)효과에 의한 산업화 시대 엔진이었지만 이제는 내수와 가계가 성장을 주도하는 분수(噴水)효과의 소득주도성장으로 갈아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배경으로는 ▷수출이 더이상 경제성장을 주도하지 않고 ▷대기업의 소득이 국내투자와 고용증대로 선순환되지 못하며 ▷한국의 복지 수준이 소득수준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을 꼽았다.

다만 분수효과 엔진으로의 급격한 전환은 경계했다.

박 전 총재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낙수효과 성장이 전연 역할이 없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그렇지 않다. 앞으로는 분수효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 성장에 중심을 두면서 낙수효과와 함께 아래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쌍끌이하는 성장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균형감각을 갖춘 정부정책의 추진과 대기업의 역할 분담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나 보조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같은 일자리 창출 정책과 관련해서는 “실망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노력은 어디까지나 보완적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경제에서만큼은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실용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노동개혁이나 규제개혁, 기업투자 촉진정책 등 투자와 고용에 대한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을 같이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득주도성장이 기업을 통한 낙수효과의 보완적 뒷받침을 받아야 바람직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최근 일부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오고 있는 점을 들어 소득주도 성장이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주장이 있지만 방법상의 시행착오나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그 정책방향 자체가 나쁘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전 총재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역사의 올바른 방향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이고 화해와 통일, 통합이라며 냉전적 사고의 허무한 착시현상에서 벗어나 국민 대통합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부동산 중심의 자본축적과 성장제일주의로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극단적 개인주의적 시장경제를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일수록 삶을 결정하는 것은 쌀이나 옷같은 사유재가 아니라 환경, 문화, 교육과 같은 공공재라며 더불어 잘사는 공동체적 시장경제를 지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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