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더 해로운 거야?”
“니코틴은 그렇다치고 발암물질인 타르가 일반담배에 비해 90%이상 적다고 해서 바꾼건데….”
20년 애연가인 직장인 박모(45) 씨는 지난 7일 동료들과 점심식사 후 여느때처럼 회사인근 흡연구역에서 호기롭게 전자담배를 꺼내 들었다가 후배사원이 전한 식약처발(發) 궐련형 전자담배 소식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날 광화문 등 회사가 밀집한 지역에서도 직장인들의 화제는 단연 전자담배였다. 흡연구역에 삼삼오오 모인 이들 10명 중 4명 이상은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다. 이들의 당혹감은 눈에 띌 정도였다. 김모 씨는 “덜 해롭다는 전자담배로 갈아탄지 일주일 정도 밖에 안됐는데, 충격을 떠나 배신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오늘로 담배를 끊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9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필립모리스가 지난해 5월 ‘아이코스’를 내놓으며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아이코스는 출시 11개월만인 올해 3월 월 판매량이 2400만갑(총 판매량 1억6300갑)까지 치솟았다. 이후 글로, 릴 등이 차례로 출시되며 빠르게 담배시장을 잠식해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전자담배는 출시 초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전자담배 업계는 일반담배에 비해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고 홍보했고, 이를 믿은 일부 애연가를 중심으로 전자담배는 인기를 구가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식약처의 유해성 조사 결과 발표를 놓고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조사결과를 내놓은 식약처, 궐련형 전자담배의 ‘덜 해로움’을 주장해온 필립모리스사 간의 발표와 반박이 이어지면서 여론도 양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애연가 입장 역시 다양하다. 오훈(37ㆍ가명) 씨는 8일 출근길 담배로 이전에 피던 JTI사의 메비우스 담배를 골랐다. 얼마전까지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웠지만 오랜만에 연초를 고른 것이다. 오 씨는 “식약처 발표 결과를 보면서 ‘담배가 나쁘구나’ 하는 생각보다는 ‘이것도 나쁘구나’하고 느꼈다”며 “어차피 둘 다 몸에 나쁘다면, 더욱 맛있는 연초를 피겠다는 생각으로 일반담배를 골랐다”고 했다.
이날도 아이코스를 택했다는 직장인 김성일(34ㆍ가명) 씨는 “갖고있는 아이코스를 한 모금 빨 때마다 유해물질이 내 몸속에 들어오는구나 느낀다”며 “나쁘다고 하는데도 끊지 못하는 내가 싫지만, 전자담배로 갈아타면서 목넘김도 무난해 당분간 상황을 볼 생각”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식약처 조사 결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식약처 발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는 이번 조사 결과는 ‘찐 담배’를 흡연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성격에 맞지 않게, 담배를 태운 뒤 나온 연기를 맡은 조사결과라는 말도 나오기도 했다.앞서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해 8월부터 국내에 시판중인 전자담배 3종의 유해성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를 했고, 결국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몸에 해롭고 오히려 타르 함량이 더 높아 더 해로울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해 5월 국내에 출시된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출시 첫달인 지난해 5월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0만갑이었으나 올해 4월에는 2810만갑(시장점유율 9.4%)에 달했다. 1년도 안되는 새 약 140배 증가했다.
김태열ㆍ김성우 기자/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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