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고령 무색한 강단있는 기조연설 예정시간 훌쩍 넘긴 50여분 집중연설 청중에 끊임없이 화두 던지며 소통도

지난 7일 헤럴드경제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2018 헤경氣UP포럼’이 성황리에 마무리된 가운데 이날 행사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연사는 단연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였다.

박 전 총재는 기조연설에서 82세의 고령이 무색할 만큼 강단있는 어조로 ‘역사적 전환점에 선 한국’의 현 주소를 예리한 통찰력으로 진단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2018헤럴드氣UP포럼’의 기조연설을 맡아 50여분간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며 청중들과 소통하고 박진감있는 연설을 이어갔다.  박해묵 기자/mook@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2018헤럴드氣UP포럼’의 기조연설을 맡아 50여분간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며 청중들과 소통하고 박진감있는 연설을 이어갔다. 박해묵 기자/mook@

당초 예정된 연설시간은 30분이었지만 이를 배가량 넘긴 50여분간 시종일관 박진감있는 연설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그는 우리 경제를 대기업과 가계 사이에 피(돈)가 돌지 않는 동맥경화에 비유했다.

이어 한국 경제의 최대 핵심문제는 ‘대기업 호황-가계 불황’이라고 일갈해 행사에 참석한 기업인들을 일순 숨죽이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도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않는 기업에 나쁘다고 할 수 없다”면서 “기업의 기를 살려야 한다”며 청중들의 마음을 쥐락펴락 했다.

박 전 총재는 기업이 국내 투자와 고용을 하지 않는 이유로 좁은 내수시장과 높은 투자비용을 꼽았다.

그는 “일본의 5분의 1, 미국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한국 내수시장 규모로는 기업이 영속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고임금과 강성노조, 철벽 규제와 비싼 땅값 등 한국에서 투자는 비용이 너무 비싸 할 수가 없다”고 조목조목 짚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으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전 총재는 “노동의 유연성이 있어야 고용이 증가한다”며 “귀족노조들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온갖 규제가 기업투자를 막고 있고, 특히 4차 산업 성장을 막고 있다”면서 “산업구조 개혁, 집값 안정, 교육개혁을 통해 투자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이 주도한 산업화 엔진을 소비주도 엔진으로 바꿔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선진국 가운데 수출주도국가가 없다며 한층 목소리를 높였다.

연설 도중 청중들과의 소통도 시도했다.

“법인세 인하,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왜 기업은 고용을 늘리지 않는 걸까요”등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면서 연설에 몰입시켰다.

꼼꼼하게 준비된 각종 통계자료는 청중의 이해를 도왔다.

“상장사 영업이익이 재작년, 작년, 올해 1분기 모두 20%이상씩 증가했다”, “일본은 올해도 1000개의 대기업 전체에서 17%가 고용을 늘리고 있다” 등 국내외를 넘나드는 시의적절한 통계치는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정부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경제는 시장을 다루는 분야로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야 한다”며 “비록 진보정부라 하더라도 경제문제만은 진보와 보수의 칸을 트고 벽을 넘나들면서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모든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단계적으로 3년, 5년, 10년이 걸리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설이 끝나자 청중 사이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직접 자동차를 운전해 행사장에 도착한 박 전 총재는 행사장을 나설 때도 한사코 의전을 사양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지치지 않고 분명하고 간결한 어조로 한국 경제를 통찰력있게 진단한 모습이 깊이 와 닿았다”며 “한국 대표 경제원로의 우리 경제에 대한 걱정와 우려, 혜안이 빛난 자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천예선 기자/


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