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통해 약 버리는 사람은 3%에 불과 -의약품 낭비, 건강보험 재정에도 안좋아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 주부 김모 씨는 3살 아이 때문에 평균 한달에 한 번꼴로 소아과를 찾는다. 아이가 감기, 구내염 등 병치레를 자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에게 약을 먹이다가 보면 항상 약이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며칠 분량의 약을 처방받는 것이 보통인데 약을 다 먹기 전에 아이가 완쾌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 씨는 처음에는 다음에 또 아플 때 먹일 수도 있을까 싶어 놔뒀었지만 유통기한이 짧고 함부로 약을 먹이면 탈이 날 수도 있다는 말에 남은 약은 버리고 있다. 하지만 마땅하게 버릴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물약은 그냥 배수구에, 가루약은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

한해 버려지는 의약품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실태 조사에 나섰다.

심평원은 최근 ‘2018년 낭비되는 의약품 설문조사를 위한 조사 용역사업’ 입찰공고를 냈다고 25일 밝혔다. 심평원은 약 6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4개월간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약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설문조사는 최근 1년간 병의원에서 의약품을 처방받아 구입한 경험이 있는 만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조사 대상자가 만 6세 미만의 자녀를 둔 경우 자녀 설문도 함께 이뤄진다.

심평원이 이런 실태조사에 나선 이유는 한해 폐기되는 의약품이 많고 이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해 폐기되는 의약품은 약 3만종으로 추산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3400억원에 이른다.

원래 의약품은 약국을 통해 폐기해야 한다. 하지만 제약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중 3% 정도만이 약국을 통해 복용한 약을 버린다고 답했다. 즉 97%에 이르는 거의 모든 국민이 폐의약품을 휴지통에 다른 쓰레기와 함께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반품 또는 폐의약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처방ㆍ잦은 처방 변경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처방권을 가진 의사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또 제약사들은 제품 소포장 등 폐기의약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심평원은 “의약품 낭비 감소는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환자 건강, 환경적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의약품 낭비 규모와 비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의약품 낭비 감소를 위한 방법을 찾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