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가수 밥 딜런(77) 공연에는 몇 가지가 없었다. 지난 27일 오후 8시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그의 공연 ‘Bob Dylan & His Band’에는 밥 딜런의 얼굴을 비추는 그 흔한 스크린이 없어 앞자리에 앉지 않는 한 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2시간의 공연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인삿말도 하지 않았다. 21곡을 쉬지 않고 불렀다. 오로지 노래로만 관객과 소통하겠다는 그의 생각이었다. 밥 딜런은 무대에서 노래만 하고, 사진촬영도 못하게 했다.
하지만 관객으로서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특히 노랫말의 뜻을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더욱 그랬을 것 같다. 밥 딜런은 8년 전인 2010년 3월 내한 공연처럼 대부분의 노래를 멜로디 위주보다는 가사를 읊조리듯이 불러 더욱 건조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무대는 미니멀리즘이었다. 자줏빛 커튼이 쳐져 있는 무대에 백열등이 켜졌다. 밴드 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밥 딜런은 기타를 매고 ‘올 얼롱 더 와치타워(All Along the Watchtower)’를 첫 곡으로 불렀다. ‘돈 씽크 트와이스, 잇츠 올 라이트(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하이웨이 식스티원 리비지티드(Highway 61 Revisited)’ ‘어니스트 위드 미(Honest With Me)’, ‘페이 인 블러드(Pay In Blood)’ 등을 연속해서 불렀다.
기타를 치던 밥 딜런은 ‘하이웨이 식스티원 리비지티드’부터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 중간에 샹송 하나 부른 것 외에는 거의 끝까지 이 자세를 유지했다. 그는 피아노에서 일어나 무대 중앙으로 나와 이브 몽탕이 부른 ‘오텀 리브스’(Autumn Leaves)를 재지(Jazzy)한 분위기로 소화했다. 공연중 가장 끈적한 순간이었다. 피아노 앞에서 하모니카를 불 때는 이날 모인 6천여 관객들의 반응이 밖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아델 등 많은 후배가수들이 리메이크해 더욱 유명해진 ‘메이크 유 필 마이 러브’(Make you feel my love)를 부를 때에는 가장 큰 반응이 나왔다.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를 쳤다. 이 노래는 고시원에서 가수의 꿈을 키우던 우녕인이 ‘K팝스타’에서 기타를 치며 불러 애잔함을 더했다. 1997년에 딜런이 발표한 정규 30집 ‘Time Out Of Mind’ 수록곡인 이 노래의 원곡을 처음 들어봤다.
70대 후반인 밥 딜런은 목소리가 조금 더 탁해지고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오히려 거친 숨소리가 더욱 더 인간적이고 자연스럽게 들렸다는 반응도 있었다.
밥 딜런은 미국의 포크 가수이자 저항음악인으로 유명하고, 2016년에는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날 공연은 미국 포크, 로큰롤, 재즈, 컨츄리풍 정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기회가 됐다. 반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었다.
밥 딜런은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를 부르지 않았지만, 앵콜곡으로 그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를 선사했다. 하지만 원곡과 너무 다른 편곡으로 불렀다.
밥 딜런은 한국 공연을 거쳐 29일에는 후지록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다. 대만, 홍콩, 싱가폴, 호주 등에서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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