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한국 체육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유승민(36)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다. 국내외 일정이 워낙 많아, 탁구 쪽 지인들이 편하게 마주앉아 소주 한 잔 하기 어려울 정도다. 유승민과 함께 한국 탁구의 ‘신 르네상스 3인방’이었던 오상은(41 미래에셋대우 코치)과 주세혁(38 삼성생명 코치)은 “종종 연락은 주고받지만 서로 바빠 우리도 유 위원이 어디서 뭐 하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유승민 위원이 최근 책을 한 권 냈다. 제목 그대로 ‘2017년 유승민 IOC위원 활동기록’이다. 대한체육회가 비매품으로 발간한 이 책은 심플하다. 2017년 2월부터 12월까지 유 위원 IOC위원의 주요활동(총 65건) 내역을 일시, 장소, 주최자, 참가자, 행사목적, 관련 설명 등으로 상세히 담았다. ‘스토리텔링’이 아닌 ‘기록’에 가까운 까닭에 읽는 재미는 별로다. 중요한 것은 발간 취지다. 유승민 위원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현장 투표를 통해 선수위원으로 당선된 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어요. 김운용 전 IOC수석부위원장(2017년 10월 타계)과 이건희 IOC위원, 그리고 문대성 전 IOC선수위원이 있었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체계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지요. 그래서 나중을 위해, IOC위원의 활동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두면 향후 한국에서 IOC위원이나 선수위원이 나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고 김운용 수석부위원장이 IOC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때 한국은 주요 국제스포츠이벤트를 연이어 개최해 ‘동방불패’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김 부원장이 한국에서 정치적인 문제로 퇴장한 후 한국 스포츠외교는 뒷걸음쳤다. 문대성 위원이 논문표절 사건으로 타격을 입으며 국회의원이나 IOC위원으로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했고, 이건희 위원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석에 누웠고, 2017년 IOC위원에서 자진 사퇴했다(현재는 IOC명예위원). 유승민 위원은 “책은 별다른 내용이 아니에요.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행사를 치렀느냐를 있는 그대로 담았어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이게 중요합니다. 처음 IOC 위원을 하면서 어떤 행사에 가야하고, 또 가면 어떤 사람들이 나오고,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이게 많이 답답했는데, 향후 한국에서 스포츠외교 관련 일을 하는 분들에게는 이 기록이 큰 도움이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IOC 위원은 모두 97명이다. 원래는 개인자격 70명, 국제경기단체(IF)에서 중 15명,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에서 15명, 그리고 선수위원 15명까지 최대 정원은 115명이다. IOC 회원국은 200개 국이 넘지만, IOC위원을 보유한 국가는 80개 국이 안 된다. IOC는 몇 차례 개혁이 있었지만, 위원(총회 투표) 및 위원장(IOC위원 투표) 선출 등 아주 폐쇄적인 조직이다. 엄청난 부를 창출하는 올림픽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세계 스포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그 속살은 알려지지 않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한 나라가 IOC 위원을 몇 명 보유하고, 또 그들이 어떤 활동을 펼치는지는 아주 중요하다. IOC헌장이 ‘IOC 위원은 IOC 내에서 소속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IOC를 대표해 전 세계에서 활동한다’고 규정했지만 현실은 다른 것이다. IOC 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교통 숙식 및 활동비만 받지만, 투숙한 호텔에 해당 국가의 국기가 걸리고, 출입국 때는 비자가 필요 없으며,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는 등 외교상 국빈대접을 받는다. 지난 7월 20일(한국시간) IOC는 집행위원회를 열고 오는 10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총회에서 선출할 9명의 새 위원 후보를 공개했다. 4명은 NOC 및 IF 자격으로 후보에 올랐고, 5명은 개인자격이다. 물론 한국은 없다. 유승민 위원의 임기는 8년으로 2024년까지다. 조만간 유승민 위원의 책을 참고할 새 한국의 IOC위원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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