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檢, 위안부 피해자 소송 관련 외교부 사무실 압수수색 - 사법부-외교부 간 ‘재판거래’ 가능성 수사가 초점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외교부가 전격적인 검찰 압수수색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외교부와 사법부 간 ‘재판거래’ 가능성이 최근 법원행정처의 문건 공개로 혐의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외교부 측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지게 해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사법부에 낸 것으로 보고 있고, 사법부는 해당 외교부의 민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법관 해외공관 파견 증원’ 등을 외교부에 요구한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2일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 목록에 오른 외교부 내 사무실은 국제법률국, 동북아국, 기획조정실 등 세곳이다. 검찰 수사관들은 이날 오전 11시께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한 뒤 수시간째 압수수색을 진행중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저녁 늦게까지 압수수색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대상이 된 세곳은 모두 위안부 피해 사안과 관련이 깊은 곳이다. 국제법률국은 일제 강제동원 소송과 관련해 주무부서로 의견을 낸 곳이고, 동북아국의 경우 대일 외교를 주로 담당하는 부서다. 기획조정실은 관련 사안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곳이다.

이날 검찰의 외교부 압수수색은 지난 2012년 1월 씨앤케이(CNK) 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 사건 이후 6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외교부가 더 당혹스러운 것은 이날 강경화 장관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 장관 회의 일정 때문에 주요 간부들이 대부분 싱가포르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외교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검찰의 수색 및 향후 조사과정에 성실하게 협조를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외교부를 상대로 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은 이틀 전인 7월 31일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에서 외교부와 사법부가 재판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지난 2016년 1월 초 배춘희씨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개입하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 ’위안부 손배판결 관련 보고’라는 제목의 이 문건에는 피해자들이 낸 소송을 ‘각하’ 또는 ‘기각’토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결론이 담겼다.

이날 검찰이 의혹을 가진 사안은 2016년 1월 소송 사건이다. 검찰은 최근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한 외교부의 민원이 사법부에 접수됐다는 사실이 적힌 법원행정처 문건을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는 ‘판사들의 해외 공관 파견’ 또는 ‘고위 법관 외국 방문 시 의전’을 고려해 외교부에 “절차적 만족감을 주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외교부가 2016년 1월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법원 소송 사건에 대해 ‘피해자들이 지게 해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사법부에 접수했고, 사법부는 이를 근거로 ‘법관 예우’의 잇점을 누리려 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 검찰이 가진 의혹의 핵심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 28일 일본 정부와 함께 ‘위안부 합의’를 발표하면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합의 발표 이틀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해자들이 2013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조정 신청이 불성립한다고 결정하기도 했다. 정부의 ‘위안부 합의’ 발표에 발맞춰 법원 역시 기민하게 움직인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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