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엇갈린 통화정책으로 좀비기업·부동산투기 초래 금리 ‘정상화’ 타이밍도 놓쳐 이제와서 “정부가 역할해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각국 중앙은행들에게도 중대한 도전이었다. 기준금리 조정을 통한 통화정책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제로(0)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내렸다. 그럼에도 원자재가격 하락 등이 겹치며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없자 자산매입을 통해 직접 시장에 돈을 뿌렸다. 양적완화 정책이다. 유럽과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정책이라는 초강수까지 뒀다.

지금까지 한번도 시도된 적 없는 ‘미증유’의 정책들은 일단 효과를 내고 있다. 금융위기 출발지였던 미국은 2분기 성장률이 연율로 4.2%에 달했다. 지지부진했던 유럽도 성장세가 뚜렷해지고 일본 경제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이제 중앙은행들의 고민은 ‘비정상의 정상화’다. 현재의 금리수준으로는 추가적인 통화정책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시작했고, 유럽도 준비중이다. 일본도 때를 살피고 있다. 가장 고민이 깊은 곳은 한국은행이다.

한은은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를 고민하던 2014년 하반기에 뒤늦게 기준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심지어 미국이 올릴 때도 내렸다. 산업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한데, 정부는 부동산으로 경기부양을 하던 때다. 초저금리 덕분에 ‘좀비기업’들은 연명했고,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2017년부터 미국이 금리정상화를 시작하면서 한국은행도 11월 부랴부랴 한 차례 금리를 올렸지만, 거기까지다. 이후 한은은 덫에 빠졌다. 내외 금리차를 보면 기준금리를 올려야하지만, 국내 경제는 금리인상을 버티기 어려운 지경이다. 지난해만 해도 경제성장율이 3%를 회복할 정도로 괜찮았지만, 올들어서는 내수와 고용지표가 악화되면서 추가 인상이 어렵게 됐다. 가계빚은 매월 사상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이대로면 연말에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00%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인상 타이밍을 놓쳤다는 ‘실기론’이 나온다. 2014년 이후 한국은행이 펼친 초저금리 정책은 경제를 살피는 데 실패했고, 그나마 가능했던 지난 연말과 올 초 사이 ‘골든타임’도 놓쳤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기에 대응한 한은의 통화정책이 적어도 ‘성공’은 아니었던 셈이다.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2%)을 최우선으로 금리정책을 펴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물가 흐름은 국제유가 영향으로 미국 등 선진국과 동조화됐다. 한은의 정책목표에 물가안정, 금융안정 외에 ‘고용안정’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은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대외변수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그간 한은이 외환보유액 및 통화스와프 확대 등으로 우리 경제의 ‘안전판’을 강화했지만, 주요국 통화정책이나 국제금융시장 변동 등에 국내 시장이 크게 좌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의 영향력도 막대하다.

이에대한 최근 한은의 항변은 ‘금리 중심의 기존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논리로 압축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재정과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한은이 그동안 정책을 잘못 운영한 대가를 크게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