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을 통해 혁신학교와 학력 개념에 관한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혁신학교를 운영한 지자체들은 기존 학력 평가 결과가 높게 나오지 않자, 학력의 개념이 구시대적이며 혁신학교의 교육적 효과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듯하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학력 개념을 구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참학력, 진(眞)학력, 신(新)학력’ 등 새로운 용어도 등장하는 모습이다.

혁신학교 가치에 맞춰 새로운 ‘학력 개념’을 만드는 것이 제대로된 해법일까?

필자가 보기에 이와 같은 대응방식은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논리적인 일관성이 부재한 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혁신학교정책은 암기와 문제풀이 위주로 되어 있는 기존 수업과 평가 방식을 넘어 보다 풍부하고 의미있는 교수,학습을 실현하려는 취지로 도입되어 운영된 정책이다.

이러한 혁신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의 결과는 당연히 기존의 평가 도구로 측정되지 않을 것이며, 기존의 암기식, 문제풀이식 문항으로 구성된 평가 도구로 측정하면 그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것임은 자명하다.

그렇다고 학력의 개념을 치환할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적용하려고 하는 접근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혁신학교 정책은 소규모 학급을 운영하며 교육과정과 수업의 운영을 학교 자율에 맡겨, 종래의 단편적인 학습에서 벗어나, 프로젝트형 수업이나 탐구 중심 수업, 토론 중심 수업 등 다양한 수업과 학습이 가능하도록 한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의 효과가 기존의 평가 틀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여, 새로운 개념을 고안하여 대처하려고 하는 움직임은 논리적으로 모순적이며, 직접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둘째, 새로운 학력 개념을 개발하고 적용하려는 시도는 불필요하다는 점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새로운 종류의 교육을 시도한 후 시험 성적 등으로 표시되는 학력수준이 저하되어 문제된 사례들은 많다.

예를 들어, 역량중심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대화, 토론, 발표, 실습, 경험 중심의 교육을 실시했던 영국의 경우, PISA 등의 문제풀이 중심의 시험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자, 교육계에서는 학력(academic performance) 저하를 문제 삼아, 다시 암기 중심의 전통적인 학습을 강조하게 되기도 하였던 것이다.

외국 사례의 경우 주목할 만한 것은 새로운 개념을 제안해 사안을 복잡하게 만들어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단순히 교수학습의 방법을 전환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이다. 즉, 혁신학교의 학력저하가 문제라면, 혁신학교를 폐지하고 기존의 문제풀이식 교육을 하던지, 아니면 기존의 평가도구를 폐지하거나 개선하면 되는 것이지, 무언가 새로운 종류의 학력 개념은 없는가를 고민하고 찾아 나서는 접근법 자체가 소모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시도교육감 협의회에서 모색하고 있는 해결방안 중에는 평가도구를 새롭게 개발하려는 접근도 있다. 기존의 학력 평가 도구가 풍부하고 다양한 학습의 본질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평가의 개선과 개혁은 한국교육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반드시 새로운 학력의 개념을 고안해 마치 무언가 다른 것을 만들어 내야만 하는 것인 양 논의를 진행시키는 접근은 많은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