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그래픽=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한국밸류10년투자·신영마라톤 한달 수익률, 시장평균 웃돌아 한반도 평화 분위기 기대감도

최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가치주 펀드’가 반등에 나섰다. 지수가 떨어질 때 함께 약세를 보이는 한편 오를 때에는 동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지만, 최근 한반도 평화 분위기와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으로 인해 대형 경기민감주로 시장 관심이 집중된 영향이다. 특히 미국 국채 수익률이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국내에서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면서도 저평가된 가치주가 무역분쟁 및 신흥국 금융 불안 속 대피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했다.

4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는 지난달 말 기준 1개월 수익률로 3.0%를 기록, 벤치마크지수인 코스피200의 등락률(1.9%)을 소폭 웃돌았다. 2006년 설정된 이 펀드는 한국을 대표하는 가치주 펀드로 꼽힌다. 6개월 수익률로는 손실이 5.0%에 달해 벤치마크지수 등락률(-4.4%)보다 부진한 모습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 8월 말 마이너스(-) 9.8%에 달하는 손실률로 시장 평균보다 4%포인트가량 저조한 성과를 내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부분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가 운용하는 신영마라톤펀드 역시 지난달 2.2%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마찬가지로 시장 평균을 웃돌았다.

‘저평가(밸류)’ 요인에 주목해 편입 비중을 조정한 스마트베타 상장지수펀드(ETF)의 성과도 지난달 양호한 성과를 기록 중이다. ‘교보악사파워스마트밸류ETF’의 경우 최근 1개월 수익률이 3.2%에 달한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6개 밸류ETF의 평균 1개월 수익률은 2.3%에 달해 로우볼(저변동성, 1.4%), 성장(0.5%), 퀄리티(우량주, -0.8%) 등 다른 전략보다 우수한 성과를 냈다. 스마트베타란 시장 평균 대비 초과수익(알파)을 추구하는 액티브펀드와 지수 상승 폭만큼의 수익(베타)을 목표로 하는 패시브펀드의 장점을 함께 추구하는 전략이다. 해당 ETF가 추종하는 지수가 어떤 요소를 중시했는지에 따라 ‘사이즈, ‘밸류’, ‘퀄리티’ 등으로 유형이 구분된다.

가치주를 주로 담은 펀드들이 수익률 반등에 나선 것은 지난달 증시 투자자들이 주목했던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과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한 몫 했다. 정부는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확대한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최근 발표된 9ㆍ13 부동산 대책이 건설주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 한달 코스피200건설 지수는 6.6% 급등, 코스피 상승률(0.9%)를 크게 웃돌았다. 아울러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직후 이어진 유엔(UN) 총회에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대북관련주로 분류된 대형 경기민감주들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비록 성장주가 추가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여지가 있지만, 지금은 지난 2~3년과 같이 성장주에서 주도업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성장주와 가치주간 빠른 업종 순환매가 나타날 수 있는데, 특히 9월 중순부터는 경기민감 가치주를 주목할 만한 이벤트들이 이어진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 3일(현지시간) 3.16%까지 급등하면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새로 쓰는 등, 자산 및 이익 수준 대비 고평가된 성장주들이 시장 관심을 잡아두기 힘든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는 점도 가치주를 주목할 이유로 꼽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이날 오전 열린 경제동향간담회 “금융 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등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정책적 노력이 중요한 때”라고 언급하며 금리인상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힌 확인시켰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금리가 1%대였을 때는 채권의 밸류에이션이 주가수익비율(PER)로 표현해 100배에 달해 PER이 80~90배 넘는 주식들도 비싸보이지 않았다”며 ”그러나 채권금리가 3%를 넘어가면 채권의 PER이 33배로 떨어져, 위험자산인 주식의 경우 PER 15배가 적정 수준으로 인식된다. 성장주보다는 가치주가 돋보이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