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앞도 모를 글로벌 경기 제조업 내리막길 불안 가중 뜻밖 ‘회계리스크’도 떠안아 기업 경영환경은 ‘시계제로’

“모든 것이 불확실해졌다. 과연 기업활동을 붇돋워주려는 뭔가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대기업 경영전략담당 임원)

“이젠 ‘회계기준 해석’에서마저 돌발 리스크가 발생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그만큼 경영 불확실성은 높아지게 됐다.”(재계단체 관계자)

금융당국이 2년 전 문제 없다 판단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돌연 뒤집히면서 기업들은 회계처리의 불확실성이라는 또 다른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경제계는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정부의 노동정책, 주력 제조업의 부진 등 대내외 대형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 결정이 잇따라 터지면서 상당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2019년을 목전에 둔 기업들은 오는 연말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전면 시행과 최저임금 인상, 여기에 국회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ㆍ상법 개정안 등의 ‘악재’를 온 몸으로 받아내야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고조…기업 경영환경 ‘시계제로’=기업들의 경영 상황은 말그대로 시계제로 상태다.

특히 글로벌 무역분쟁, 신흥국 금융불안,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등 대외 환경은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경영환경의 최대 변수인 미중 무역갈등은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는 곧 우리 기업의 수출 타격으로 직결된다.

중국 소재 컨설팅업체 트리비움 차이나 앤드류 폴크 대표는 지난 12일 ‘미 중간선거 결과 평가 및 미중 통상분쟁 전망’ 포럼에서 “미ㆍ중 통상갈등 상황은 결국 양국의 미래 기술 패권 다툼”이라고 규정하면서 “중국에 자리잡은 다국적 기업의 제조공장이 철수하면 이곳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강력한 긴축 움직임 또한 신흥국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경제활동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 12월 회의 때 올해 네 번째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외국인 자금 이탈, 신흥국 경제 불안을 키워 우리나라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실제 10월부터 외국인 자금의 대대적인 국내 주식 시장 이탈이 벌어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기업에는 바로 부담으로 작용하게된다.

▶제조업 내리막길인데…불확실성 키우는 정부=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우리나라 수출의 86%를 지탱하고 있는 제조업은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9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8%로 같은 기간 기준으로 1998년(66.8%) 이후 가장 낮다.

기업의 투자심리 둔화가 ‘제조업 위기’의 가장 큰 요인으로 거론되지만 정부는 규제와 친노동 정책 등으로 오히려 기업에 짐을 지우고 있는 상태다.

실제 반재벌정서에 기반한 기업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당장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 확대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이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기업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 등이 연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계도 기간 만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 편향 정책도 상당한 부담이다. 지난 7월 시작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계도기간이 올 연말 끝나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보완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최저임금이 영세 중소기업에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면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기업 비용의 변동 요인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저임금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악의 대내외 여건에 처한 기업들은 삼바 사태를 겪으며 뜻밖의 ‘회계 리스크’까지 떠안게 됐다.

재계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초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뒤,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말 바꾸기식 판단으로 회계처리에 대한 재계의 혼란이 증폭되고, 미래산업 분야의 기업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회계기준 해석’이라는 돌발 리스크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옥죄기 식의 규제로 향후 기업들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소극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제조업 위기,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기업이 경영하기 힘든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