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영역이 스포츠인 까닭에 정치인인 ‘그’를 만난 건 몇 차례 되지 않는다. 정치적 성향이 그가 속한 당과 달라 일 외적으로 굳이 만나려는 의사가 없었다. 처음은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농구인 전 박승일(47) 승일희망재단 대표 때문이었다. 박승일은 2m의 큰 키에 농구명문 연세대-기아-모비스를 거친 농구 엘리트였다. 미국 유학을 거쳐 2001년 31세의 역대 최연소로 프로농구팀의 코치가 됐다. 그런데 2002년 4월 루게릭병을 판정받았다. 이 병은 심장에서 먼 곳부터 몸이 마비돼 결국 죽음에 이르는 불치의 병이다. 눈을 깜박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동작이 없다. 여름철 모기가 다리의 피를 빠는 것을 보면서도 어쩔 수 없는 천형이다. 발병 후 만 16년이 넘도록 삶을 지키고 있는 박승일은 그 자체로 삶의 본질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발병 이후 지금까지 박승일을 돕고 있다. 특히 박승일의 꿈인 루게릭요양병원 설립을 위해 만방으로 뛰었다. 언제간 박승일을 만나러 갔다가 그를 만났는데, 그는 박승일의 가족 같았다. 많은 도움을 주면서도 일체의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아, 이런 활동이 흔해빠진 정치인들의 뻔한 자선참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4년 8월 박승일은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하며 다음 참가자로 ‘그’를 지명했다.두 번째는 한 물간 프로복서의 후원이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프로복싱 세계챔피언(WBA슈퍼페더급) 최용수는 2016년 우리 나이 44세에 링에 복귀했다. 힘든 중년에게 희망을 전하고자 하는 뜻깊은 복귀였지만 국내 프로복싱 사정이 워낙 좋지 않아 2017년 2월 복귀 2차전에서 그의 도전은 중단됐다. 이때 ‘그’는 최용수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뛰었다. “정말 의미 있는 도전이고, 이런 게 우리사회에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굳이 인연을 따진다면 최용수가 운동하는 체육관(극동서부체육관)이 그의 지역구인 양천구(을)에 있다는 정도였다. 어쨌든 언론에 기사 한 줄 내지 않고 물밑에서 최용수를 도와 재기 2차전을 성사시켰다.
그는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인 김용태 국회의원이다. 개인적으로 그를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 스포츠와 무관한 정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저 두세 차례 스포츠와 관련된 인연을 통해 만난 그는 서민친화형으로 느껴졌다. 우연히 듣게 된 그의 말 중 기억에 남는 것도 이와 관련된 것이다. “오늘 제가 기분이 무척 좋아요. 버스노선 하나를 지켰거든요. 제 지역구인 양천구는 형편이 넉넉지 않은 분들이 많아요. 새벽에 양천구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도심이나 강남으로 건물청소를 나가시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 버스노선을 없애려고 해서 제가 1년 가까이 뛰어다닌 끝에 오늘 최종적으로 이를 지켰어요.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양천구에서 나이가 있는 분들은 김용태 국회의원을 ‘우리 용태’로 부른다. 민주당 강세지역에서 3번이나 내리 보수정당의 국회의원이 된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뉴스가 하나 나왔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21명의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 위원회의 수장인 김용태 의원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다른 당원들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그 일을 하는 자기 목부터 먼저 친 것이다. ‘셀프 인적 청산’이란다. 덕분에 이번 조치의 명분이 올라가고, 반발도 줄었다고 한다. 일부는 김용태 의원이 다음 총선에서 험지 지역구에 출마하거나, 2022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기 위한 포석이라고도 폄훼한다. 정치는 잘 모르지만 ‘그런가? 그래도 쉽지 않은 결정일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천구의 한 지인은 “김용태 의원은 여의도 문법과는 다른 면이 있는 정치인이다. 이번 결정도 그래서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위공무원은 “보수정당에 김용태 같은 국회의원이 2명만 더 있으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체육계를 돌아보자. 대한체육회장은 IOC위원을 셀프추천했다. 자기가 자기를 IOC에 추천한 것이다. 적폐청산에 앞장섰던 여당의 모 국회의원은 체육계의 온갖 이슈를 건드리면서, 차기 문화체육부장관을 노리고 있다는 후문이 들린다. 이것도 셀프 추천이다. 체육단체의 요직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자기 자리를 더 오래 유지할까 궁리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인사가 수십 년째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목단체가 다수다. 언론환경이 크게 위축되면서 스포츠언론은 비판기능이라는 고유의 업무에 ‘셀프 무관심’의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촛불정부는 여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인다. 문재인 캠프에서 크게 활약한 프로야구 출신의 인사가 생뚱맞게 진천선수촌장으로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듯싶다. 체육계에 김용태처럼 ‘좋은 셀프’가 많아졌으면 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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