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맞춤시장 가운데 위치한 청년상인 창업거리 모습.
안성맞춤시장 가운데 위치한 청년상인 창업거리 모습.

-안성맞춤시장, 대기업 유통매장과 한솥밥 -상생스토어와 함께 청년상인점포 성업 중 -노년층 중심이던 시장에 10~30대 고객 유입 -정체하던 매출 상승…시장에 다시 ‘웃음꽃’

[전문] 2018년 최대 화두는 상생이었다. 유통업계의 목표점은 협업을 통한 상생 시너지 발굴이었다. 특히 온라인과 대형마트에 밀려나 설자리를 잃어버린 전통시장의 상생과 특화 전략은 고된 작업이었지만, 한해를 달궜다. 체험형 콘텐츠를 늘리고 젊은 고객 유치에 나서는 등 ‘상생’을 통해 부활을 꿈꿨다. 헤럴드경제는 올 한해 화두였던 ‘상생’의 모습을 3회기획을 통해 되돌아본다.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 젊은 부부가 건물 지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아이들은 키즈카페에서 또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층 올라가면 수제버거 매장에서는 대학생들이 한끼를 해결하기 위해 메뉴를 고르고 있다. 대형 몰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지만, 여기는 동네 골목시장이다. 바로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안성맞춤시장이다.

이곳이 달라졌다. 예전엔 할머니, 할아버지 손님들만 찾는 골목시장이었는데, 최근엔 젊은 손님이 북적거린다. 이런 변화는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생기면서 시작됐다.

안성맞춤시장은 대형마트와 손잡고 시장 환경을 바꿔 실적을 개선한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처음 대기업 유통매장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시장 상인들은 ‘혹시 대기업에 시장을 내주는게 아닐까’ 우려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죽어가는 시장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보자 결심을 했고 시장이 부활하면서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최근 둘러본 시장 분위기가 그랬다.

시장에서 순대국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강모 씨는 “인근 번화가에서 시장으로 젊은 손님들이 유입되면서 상인들의 표정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ㆍ동네마트ㆍ청년상인과의 협력을 통해 진화 중이다. 특히 동네마트와 대형마트가 공존하는 가장 진화된 모델이 바로 안성맞춤시장에 있다.

시장 건물 지하 1층으로 내려가 보면 동네마트와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의 출입구가 서로 경쟁하듯 마주하고 있다. 낯선 그림이지만 호기심으로 매장 앞에서 잠시 지켜보니 두 매장은 라이벌 관계가 아닌 팀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마주 본 매장은 고객들이 두 매장을 쉽게 오고갈수 있도록 처음부터 설계를 한 것이고 노브랜드 점포에서 PB상품을 구입한 고객이 동네마트로 넘어와 신선식품을 구매하고 있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점포에서 전통시장의 주력상품인 신선식품 등을 판매하지 않기로 약속하면서 상생 유통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이곳 마트를 운영중인 하정호 화인마트 대표는 “사실 처음에는 매장을 반으로 나눠 점포를 운영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대형마트에 상권이 넘어가는게 아닐까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결과를 보니 매출이 되레 늘었다”고 했다.

이마트는 화인마트 종전 영업 면적 가운데 3분의1을 임차해 매장을 꾸렸고 화인마트가 부담하던 보증금과 임차료의 절반을 나눠낸다. 하 대표는 “임차료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매출은 늘어나니 숨통이 트였다”며 “고객들도 하루 평균 300명에서 500명으로 늘어났다”고 했다.

계단을 통해 다시 시장으로 올라와 보니 상인들이 떠나면서 비어있던 점포들도 다시 새 주인을 맞고 있다. 이마트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와 함께 지자체의 청년창업을 지원하면서 청년 상인들이 속속 몰려 들고 있다. 현재 안성맞춤시장에는 분식집, 호프집, 중식당, 수제버거 매장 등을 운영하는 청년상인 점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 매장이 SNS 등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학생, 회사원, 주부 등 고객층이 다양해졌고 매출도 함께 오르고 있다.

수제버거 매장을 운영하는 청년상인 이선호(28) 씨는 “처음 이곳에서 창업을 해야할지 고민이었지만 과거와 달리 시장 분위기가 너무 밝아져 (창업) 결심을 하게됐다”며 “주말에도 젊은 손님들이 입소문을 통해 찾아와 반응이 좋고 매출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이 씨는 “꾸준히 청년들이 운영하는 점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모두가 제대로 정착을 하게 되면 더 많은 젊은 친구들이 시장을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만난 30대 주부 최수진 씨는 “주말을 포함해 일주일에 2~3회는 이곳 시장을 방문한다”며 “아이를 데리고 장을 보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곳은 마트 옆에 놀이공간이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고 했다.

사람들 발길이 끊겨 고사 직전의 시장이었던 곳이 노브랜드가 생기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젊은 활력과 아이들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다.


choi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