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KB국민은행은 ‘리딩뱅크’였다. 소매금융 강자로, 국내에선 독보적이었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이 은행은 물론 증권사나 보험사 등을 품에 안으면서 덩치를 키웠다.

KB금융은 상대적으로 초라해졌다. 뿐만 아니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다 조직원들의 분열과 갈등은 취약한 지배구조로 이어졌다. 김정태, 강정원, 황영기, 어윤대 전직 수장 4명 모두 징계를 받았고, 이 중 3명은 징계결과로 중도하차하거나 연임에 실패했다.

징계 리스크는 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게도 따라붙었다. 우리투자증권 인수 실패에 이어 고객정보 유출, 도쿄지점 불법 대출, 국민주택채권 위조 횡령 등 사건이 잇따라 터진데다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갈등으로 KB금융은 만신창이가 됐다. 금융감독원은 두 수장에 대해 중징계를 사전통보했다. 이대로라면 옷을 벗어야 한다.

그러나, 22일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징계수위가 경징계로 낮춰지면서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리더십 공백이란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징계리스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렇다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갈등으로 서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두 수장 간 갈등 봉합이 숙제로 떠올랐다.

KB금융 임직원들은 그룹 내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한 국민은행 간부는 “경징계가 확정돼 두 사람이 유임되더라도 지금의 갈등이 이어진다면 KB의 앞날은 어둡기만 할 뿐”이라며 “임직원들의 위기 의식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두 사람의 통큰 화해와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원 인사와 LIG손해보험 인수 마무리 등도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다. 4명의 은행 본부장이 지난달 재임 3년을 채웠으며, KB투자증권ㆍ생명ㆍ자산운용ㆍ부동산신탁ㆍ신용정보 등 5개 계열사 대표도 임기가 만료됐다. 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인사는 미뤄졌다.

금융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또다른 과제로 남았다. 최근 KB금융은 LIG손보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금융당국이 승인하면 KB금융은 자산 400조원의 거대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게 된다.

주 전산기 교체는 쉽지 않은 최대 숙제다. 국민은행은 비용 효율화와 전산시스템 개방성 확대를 위해 현재 사용 중인 IBM의 메인시스템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키로 4월 이사회에서 결정했으나, 이 행장과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내홍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여전히 경영진의 중징계를 주장하고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 등 KB금융 경영진은 그룹의 단결을 위해 이날 오후 수도권 인근 한 사찰로 떠나 1박 2일 일정으로 템플스테이를 할 예정이다. 화합과 단결을 바라는 KB금융 안팎의 목소리를 감안해 두 수장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서 KB금융의 비전과 당면 과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