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은 서쪽으로 지중해와 인접하고 남쪽으로는 이스라엘과, 동북쪽으로는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약 600만명 인구에 면적은 경기도와 비슷하다. 지정학적으로 ‘중동의 화약고’에 위치하고 있어 1943년 프랑스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이후 잦은 분쟁에 휘말렸다.

이러한 내우외환의 배경에는 종교간 뿌리깊은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잦은 분쟁과 오랜 내전의 영향으로 레바논 사람들은 고향을 등지고 디아스포라(Diaspora) 행렬에 동참했다. 해외로 이주한 레바논계 사람들은 2000만명에 이른다.

성공 가도를 달려 큰 업적을 남긴 인물도 적지 않다.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오른 멕시코 재벌 기업인이자 경제대통령으로 불리우는 카슬로스 슬림 엘루, 불멸의 아이폰 신화 주역 스티브 잡스도 레바논-시리아계 혈통이다. 레바논 사람들은 영어, 프랑스어, 아랍어에 능통하고 돈을 굴려 불리는 ‘촉’이 뛰어나며 상술과 계산에 밝아 국제 비즈니스에서 탁월하다.

1990년대 초부터 레바논은 대대적인 국가 재건에 착수했다.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과 해외 이주 레바논인의 투자 유입이 급증하면서 건설과 부동산 부문이 급성장했다. 수십억 달러가 호텔 및 리조트 업계에 투입되면서 글로벌 수준의 고급 체인점들이 오픈되고 최근 대형 휴양 리조트 건설 계획도 발표됐다. ‘아침에는 스키를, 오후에는 해수욕을’이라는 유명한 구호가 있을 정도로 천혜의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관광업도 옛 명성을 되찾을 전망이다.

금융업도 빠른 속도로 활력을 회복하고 있다.

레바논 정부는 오일머니가 넘치는 중동 최대의 금융 중심지로 화려한 복귀를 위해 금융비밀보장 등 정책적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기반이 미약하고 수입 의존도가 높아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경제 발전에 큰 걸림돌이다.

우리나라와 레바논은 비록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정서적 거리는 의외로 가깝다. 레바논이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군수물자를 무상 원조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이다. 용산 전쟁기념관에 백향목을 품은 레바논 국기와 함께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다. 1970년대부터 태권도가 보급됐고 동네 체육관에서 기합을 외치며 수련에 열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레바논 전역에 육군, 경찰을 포함해 74개 클럽이 운영되고 있고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태권도 사랑과 열기가 대단하다.

2007년부터 국군 동명부대가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의 일원으로 레바논 남부 티르 지역에서 정전협정 이행을 감시하고 불법 무장 세력을 저지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부대원들은 인근 마을에서 청소년을 위한 태권도 교실을 운영, 유단자를 배출하고,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민사 활동을 수행해 레바논 지역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자동차, 타이어, 가전, 핸드폰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아 경쟁국들이 맥을 못 추는 시장이 뜻밖에도 레바논이다. 강대국의 식민 지배와 내전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멀지만 가까운 나라, 레바논을 다시 바라볼 때다.

이승수 KOTRA 레바논지원단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