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ㆍ조직 등 다룰듯 구속력 단협 반영 변수 합의하면 금융권 최초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은행경영에 참여할 전망이다. 현행 중소기업은행법상 노동이사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에서 주요한 경영사안을 다루는 방식이다. 최종 합의가 되면 금융권 최초로 독일의 감사회(supervisory board)를 닮은 조직이 탄생할 수 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1분기 정례 노사협의회를 가동하고 있는 기업은행은 ‘IBK 미래전략을 위한 장기계획 마련 노사TF’(미래전략 TF)를 구성하는 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노조가 은행 측에 제안한 13가지 안건 가운데 가장 핵심이다. 노조는 중장기 계획을 경영진과 직원들이 함께 검토하고 방향을 잡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임금체계, 조직편제 등 여러 화두를 두고 노사가 함께 고민하는 조직을 구상한다”고 말했다.
TF가 가동된다면 ▷사업부제 재검토 ▷직무급제 검토 ▷정규직 전환 직원들의 처우 등이 주요 키워드로 다뤄질 것으로 노조는 기대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01년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부제 조직을 도입했다. 전체 조직을 사업별로 그룹으로 나누고 각 부문이 실적을 책임지는 편제다. 사업부문별 경쟁 구도가 만들어져 수익은 커졌으나 “당장의 실적만 바라본다”는 부작용도 제기됐다.
조직 개편은 김도진 행장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는 2016년 말 취임한 이후 기업은행의 사업부제 보완, 조직 슬림화 등을 현안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공공기관에 도입하려는 직무급제도 TF에서 다룰 수 있는 안건이다. 직무급제는 개별 직원이 맡은 담당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 등을 평가해 임금을 결정하는 제도다. 기업은행 노조는 기본적으로 직무급제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TF가 가동될 경우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더불어 노조는 지난해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된 직원들이 적용받는 승진과 임금 인상에 관한 기준, 예산 등도 논의하겠단 계획이다.
현재 기업은행 전략기획부, 인사부와 노조 실무자들이 만나 TF 설치에 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이달까지 노사는 노사협의회 합의문을 만들어 서명할 계획이다.
은행 쪽에선 노조와 협력해서 현안을 풀어간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하지만, TF 설치에 대해선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의 공통 관심이고 합의가 있다면 TF를 운영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면서도 “아직 결정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래전략 TF가 꾸려지더라도 노사 합의사항이 얼마만큼의 실행력, 또는 구속력을 갖는 지도 관건이다. 강제력이 없다면 오히려 노사갈등만 부추길 수도 있다. 노조로서는 현대ㆍ기아차처럼 단체협약에 근로조건과 관련된 주요 경영사안에 대한 노사합의 문구를 담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측이 이에 합의해 줄지는 미지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경영진 입장에선 TF를 설치하면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갈등만 남길 가능성에 대해서 염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과거 노사가 공동으로 TF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2008년 ’근무시간 정상화 노사공동특별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이후 2009년 11월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본점과 각 영업점에서 ‘PC 오프제’를 시행하는 성과를 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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