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의 아침은 지난밤 관내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를 하나하나 꼼꼼히 짚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복잡하게 얽힌 다양한 사건을 살피다가도 가장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은 단연 가정폭력,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를 마주할 때다. 가족이나 연인 등 친밀함 뒤에 숨어 은밀히 진행되는 이 폭력들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3월 남양주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은 우리 사회에 깊은 충격과 불안을 안겨주었다.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전자장치를 부착한 채 옛 연인을 무참히 살해한 이 비극은 관계성 범죄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로 귀결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우리 사회에 뼈아픈 교훈과 중대한 과제를 남겼다.

이 같은 비극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경찰은 선제적·전방위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든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상관없이 사건접수를 의무화하고 사건이 벌어진 당일 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위험도가 높은 가해자에게는 전자장치 부착과 유치장·구치소 유치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종결 사건을 포함한 모든 사례에 대한 사후 전수조사를 통해 재범 위험성까지 철저히 추적 관리하는 등 그야말로 총력 대응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모든 범죄를 예방하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 관계성 범죄는 나 자신은 물론, 가족과 이웃 등 우리 사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는 범죄이기에 공동체 모두의 관심과 협력이 절실하다. 단지 사적인 갈등이나 남녀 애정 싸움으로 치부하며 ‘그들만의 일’로 외면하는 무관심을 거두고 주변에 있을지 모르는 피해자의 작은 위험 신호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세심한 관심에서 비롯된 발 빠른 신고가 귀중한 내 가족과 이웃을 더 큰 범죄 피해로부터 지켜내는 첫걸음이다.

아울러 피해자의 용기 있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뿐 아니라 관계에 대한 불안감으로 신고나 피해 진술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단순 처벌을 넘어 보호처분 등을 통해 가해자의 교화와 갱생을 도와 가정을 다시 바르게 봉합하는 것이 가정폭력처벌법의 입법 취지이듯, 문제를 숨기거나 참기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표현한다면 소중한 내 가정과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찰뿐 아니라 성평등가족부, 행정안전부, 법무부, 교육부 등 관계기관과 지자체가 함께 피해자의 회복과 지원을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기관 간 칸막이를 제거했을 때 가해자의 처벌과 교화, 피해자의 안전과 치유를 확보할 수 있다.

오늘 아침도 긴장된 마음으로 관내 안전을 살펴본다. 경찰의 빈틈없는 대응과 사회의 촘촘한 관심이 더해져 매일 아침 필자의 중압감이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확인하는 안도감으로 바뀌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태욱 용인서부경찰서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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