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우려’ 교차하는 실거주 유예 연장

다주택자 매출 출회, 거래절벽 완화 기대

신규 전월세 매물 축소로 전세 불안 확대

李대통령 “집값 불안 원인, 수도권 일극체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정부가 무주택자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내 ‘세 낀 집’ 매수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실거주 유예 조치를 내년 말까지 연장했다. 임대차 갱신계약도 유예 대상에 새로 포함시켰다. 토허제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매물 잠김과 임대차시장 불안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또다시 집값 안정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이대로라면 언젠가 직면할 ‘잃어버린 30년’을 피할 수 있도록 부동산 시장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면서 “공급·규제·세제 정책의 확고하고 신속한 집행,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혼란과 반발을 최소화하며 집값 안정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집값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수도권 일극 체제를 지목했다. 그는 “수도권 집값 안정의 근본적 장애물인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성장·발전의 거점을 다극화하는 국토 균형발전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며 “경제수도 서울과 행정수도 세종의 ‘경제·행정 2수도’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 평가는 취임 후 가장 높은 56%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이 20%로 가장 많이 꼽혔다.

실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정책은 규제 확대와 시장 상황에 따른 보완이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토허구역으로 확대했다. 이후 매물 잠김과 전월세난이 심화하자 올해 2월 다주택자가 매도하는 주택에 한해 실거주 의무의 예외를 허용했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자 5월에는 비거주 1주택자가 내놓은 물건을 포함해 ‘세 낀 집’ 전체로 유예 대상을 확대하되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시장 부작용이 불거지자 국토교통부는 18일 올해 12월 31일까지였던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은 내년 12월 31일까지 1년 연장하고 유예대상도 확대했다. 이에 따라 무주택 매수자는 연장 조치 시행일인 오는 10월 1일부터 최대 3년 3개월간 유예를 인정받아 2029년까지 실입주 시점을 미룰 수 있게 됐다.

정부가 넉 달 만에 또다시 보완책을 내놓은 건 8·3 세제개편안에 따른 다주택·고가주택 보유자의 절세 매물 출회 제약을 선제적으로 해소해 공급 물꼬를 터주겠다는 취지다.

세제개편안에는 2028년부터 1세대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거주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공제 한도를 신설하는 한편, 2027~2028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한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내년까지 다주택·고가주택 매물 출회를 유도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반영됐으나, 기존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이 올해 말로 제한돼 세 낀 집 거래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추가 보완책을 제시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세제개편안으로 보유세나 향후 양도소득세 부담을 고려해 매도를 검토하는 집주인이 늘어날 수 있지만, 토허구역에서는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이 실제 거래로 연결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며 “세제개편안이 ‘팔 이유’를 만들었다면, 이번 (실거주 유예 연장) 조치는 ‘팔 수 있는 여건’을 넓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낀 집 거래 제약이 해소됨에 따라 시장에서는 절세 매물 출회가 늘고 거래도 일정 부분 회복될 수 있다는 공통된 관측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연말 이후 막혀 있던 ‘임차인 있는 주택’의 거래 문턱을 낮춘 것이기 때문에 거래 가능한 매물이 내년에도 일부 늘어날 가능성이 열렸다”며 “특히 내년 규제지역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요율 인하와 양도세 장특공제 개편안이 확정되면 매물 증가나 거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전세를 끼고 있는 주택 가운데 가격이나 입지가 좋아도 실거주 요건 때문에 거래가 어려울 수 있는 매물의 시장 참여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매도자 입장에서는 잠재적 매수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매물 회수보다는 매도를 검토할 유인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다만 무주택 매수자 입장에선 사실상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가능해진 만큼 내년 말까지 매수를 서두르려는 막차 수요가 집중돼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내년에 매물은 일부 늘어날 수 있지만 오히려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며 “(자금 조달을 위한) 3년 넘는 기간이 주어지면서 막판 매수세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양 전문위원도 “가격 영향은 양면적”이라며 “매물이 늘어나는 것은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무주택자가 선호단지를 미리 매입할 수 있게 되면서 매수 수요도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 시장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주거 안정 효과, 장기적으로는 공급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교차한다. 기존 임차인은 갱신 계약을 통해 추가 거주 기간을 보장받아 당장의 퇴거 불안을 덜 수 있지만, 재계약 수요가 높아지며 신규 전월세 매물 출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함 랩장은 “종전엔 토허구역 내 임대주택을 매수할 경우 매수자의 실거주를 위해 임차인의 갱신권을 제한했지만, 이번 조치는 1회, 최대 2년의 갱신계약까지 인정함으로써 임차인의 거주 안정성을 높였다”며 “단기적으로는 전세 매물이 일부 줄어드는 것을 막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송 대표는 “실거주 유예 연장으로 인해 매매가 증가한다고 해서 전세 매물량이 추가로 늘어나는 게 아니다”며 “갱신계약도 유예 대상이 되면서 기존 세입자는 최대한 버티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임대차 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보완책으로 인해 내년까지 절세 매물을 시장에 내놓을 주체가 주로 다주택자라는 점도 장기적인 임대차 시장 불안 요소로 꼽힌다. 이들이 보유한 세 낀 집이 실거주 목적의 무주택자에게 매도되면 기존에 전월세로 공급되던 민간 임대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인해) 임대사업자, 비거주주택자,다주택자의 매도 물량이 집중된다면, 전월세 매물 역시 동반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며 “현재 전월세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함 랩장은 “2029년 등 장기적으로는 유예기간 종료 후 매수자의 실입주가 예정돼 있어 임대 물량이 계속 유지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조치는 ‘전세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대책’으로 보기보다는 매매와 임대차 간 충돌을 완화하는 제도 보완책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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