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상 출연료 지급 의무 뻔한데도 일단 버티기 사례 많아 -승소해도 돈 받기까지는 ‘산넘어 산’… 강제집행 근거는 남겨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뮤지컬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공연기획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뮤지컬 배우 9명은 뮤지컬ㆍ공연 등을 제작하는 K사를 상대로 690만원의 출연료 소송을 내 지난달 25일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26일에는 뮤지컬 배우 김 모씨가 K사를 상대로 출연료 120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계약임금체불’ 소송을 내 승소했다. 19일에도 출연료를 받지 못한 배우의 기획사가 나서 K사를 상대로 7700만원의 출연료 지급을 구해 마찬가지로 승소했다. 3건의 소송에서 모두 패소한 K사는 변론조차 하지 않았다.
최근 3년간 서울중앙지법에서 뮤지컬 배우 등이 공연기획사를 상대로 낸 출연료 미지급 소송 10여건을 추려보면 모두 배우 쪽이 손쉽게 승소했다. 계약서에 공연기획사가 배우에게 회차 당 출연료를 얼마씩 지급하겠다고 명시돼 있어 판결도 간단명료하다.
K사의 사례 처럼 일부 공연기획사들은 상습적으로 출연료 지급을 하지 않고 버틴다. 2017년 가수 테이(김호경)는 뮤지컬 ‘잭더리퍼’에 출연하고도 M공연기획사로부터 출연료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받지 못해 소송을 냈다. 법원은 M사에 미지급된 출연료 9200만원을 테이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다른 뮤지컬 배우 홍 모씨도 M사가 기획한 뮤지컬 ‘로빈훗’ 등 세 편에 출연했지만 약 4000만원에 달하는 출연료를 받지 못해 2017년 소송을 냈다. 홍 씨 측은 M사가 적자가 누적돼 밀린 극장 대관료만 10억원에 달했는데도 이 사실을 출연 배우 등에게 알리지 않고 공연이 무대에 오르면 돈을 줄 수 있을 것처럼 속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판결에서 이겼다고 곧바로 출연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무법인 율촌에서 스포츠엔터테인먼트분쟁팀을 이끌고 있는 염용표(47ㆍ연수원 28기) 변호사는 “승소 판결을 받아도 기획사의 책임재산, 즉 판결을 집행할 만한 예금이나 부동산 등 강제집행할 만한 재산이 없거나 찾지 못하면 돈을 받아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염 변호사는 “민사에서는 채무자의 재산을 찾아낼 책임이 채권자 개인에게 있는데, 한창 활동할 배우들이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며 “설령 찾아내더라도 강제집행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니 채권자가 힘이 빠져 포기하는 걸 노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배우들은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고시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이마저도 강제력이 없다. 계약서는 소위 ‘노예 계약’을 막는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할 뿐이라 얼마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강제력이 부과되진 않는다. ‘사기를 당했다’고 고소를 하더라도 법원에선 통상적인 계약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배우들이 민사소송을 내 승소 판결을 받아두는 것은 향후 강제집행을 할 근거를 남겨두기 위해서다. 10년간 채무자의 책임자산이 생기면 언제든지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10년이 경과할 즈음에는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확인소송을 하면 또 기간이 연장된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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