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교통카드 이용시에만 적용 현금승차는 기존 1만5000원 유지
市 요구에 ‘울며 겨자먹기’식 인하 업체 “적자불가피…서비스질 우려”
서울 시내에서 인천공항을 오가는 공항버스 요금이 이르면 다음달 중 교통카드 이용 시 1000원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공항버스 운수업체들 간에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줄다리기 협상은 7개월여만에 이같은 내용으로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본지 3월 27일자 10면 참조> 17일 시와 공항버스 운수업체 말을 종합하면 최근 열린 요금인하 협의 회의에서 시는 공항리무진ㆍ서울공항리무진ㆍ한국도심공항 등 3곳에 고급형 리무진 버스의 이용요금을 교통카드 이용객에 한해 1000원 낮추라고 요구했다. 이는 애초 현금ㆍ카드 사용 관계없이 1500원 인하를 요구하던데서 한발 물러 선 ‘절충안’이다. 운수업체 4곳 중 운송 수지가 적자인 KAL리무진은 아예 요금 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시는 이같이 마지막 협상 카드를 제시하며, 3곳에게 17일까지 요금변경 신고서를 제출할 것을 통보했다.
시가 이처럼 당초 인하폭 보다 낮춘 절충안을 제시한 것은 시 요구대로 요금을 내리면 큰 폭의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업체의 주장과 불만을 일부 수용했기 때문이다. 시가 요금인하의 근거로 삼은 운송원가분석 용역 보고서에는 지난해 재무상황이 포함돼 있지 않았었다. 2016~2017년 호황을 누린 공항버스 업체들은 지난해 75~80%씩 영업이익이 하락한데다 올해는 최저임금인상, 주 52시간 근로 등으로 인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체 3곳 중 공항리무진과 한국도심공항은 이 날 시 통보 대로 교통카드 이용요금 1000원 인하를 내용으로 요금 변경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시장점유율 55%인 공항리무진은 22개 노선 버스의 요금을 현금 사용 시 종전 대로 1만5000원, 카드 사용 시 기존 1만4000원에서 1000원을 추가로 인하한 1만3000원으로 변경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날 “현재 현금과 신용카드 결제 비율이 5대 5 정도인데, 교통카드 사용을 권장하는 추세다”며 “해외에서도 내국인 할인책을 쓰는데, 교통카드 인하는 내국인 대상 할인 효과를 낸다”고 수용 이유를 들었다. 다만 서울공항리무진은 다음주 중 투자심의위원회ㆍ이사회가 열리는 점을 들어 신고서 제출 기한을 일주일 연기해달라고 시에 요청한 상태다. 조준서 서울공항리무진 대표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혀, 3사 모두 인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업체들이 신고서를 제출하면, 교통카드 단말기 수정 등 시스템 변경 작업에 4주 가량이 소요돼 실제 시민이 인하 효과를 보는 건 빨라야 다음달 중”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시민 편의를 위해 요금 인하를 공표해 온 시로선 체면은 살릴 수 있게 됐다. 주로 현금을 쓰는 외국인이 아닌 교통카드 이용자인 내국인이 수혜를 보게 했고, 민간기업을 무리하게 압박했다는 비난도 피할 길을 찾았다.
하지만 인하 시기의 적절성 면에선 아쉬움을 남긴데다 ‘한정면허’ 박탈권을 쥔 시가 업체들을 ‘쥐어짜기’식으로 몰아 붙였다는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인하는 2017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제2여객터미널 개장으로 차량의 이동거리가 늘었고, 버스기사와 짐꾼 등 인건비는 상승했다.
이번 인하로 일부 업체는 5년만에 적자 전환을 예상했다. 한국도심공항 관계자는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9억원에서 크게 감소한 4000만원을 예상했는데, 이번 요금인하로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며 “요금을 내리지 않으면 연말에 면허를 갱신받지 못할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않냐”고 토로했다. 시는 만일 업체가 요금을 내리지 않으면 5년인 면허권 기한이 끝나는 올 연말에 경쟁입찰을 추진,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었다.
공항버스 4곳 운송업체는 ‘한정면허’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정면허는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초 이용객 숫자를 파악하기 어려워 시가 사업자에 요금과 관리를 맡기는 조건으로 발급한 사업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의 요구대로 경비를 업계평균 이하로 낮추면 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누구를 위해 인하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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