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뼉도 양 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채용비리 사건은 수상하다. 서류전형에도 응시하지 않은 자가 인적성검사를 보고, D등급 꼴찌가 최종 입사면접에서 합격했다. 하지만 이를 청탁한 자는 ‘죄가 없다.’

자유한국당 김성태<사진> 의원 딸 부정채용 등 이른바 ‘KT 채용비리’ 의혹 얘기다. 이번 채용비리 사건은 김 의원이 딸의 부정채용을 KT 관계자들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이 언론보도를 통해 최초 공개되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관련 고발도 잇따랐다. 그러나 아직 김 의원은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이유는 채용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의원에게 적용할 혐의가 마땅치 않아서다.

민간 기업에서 발생한 채용비리 사건은 보통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된다. 형법 제314조에 따르면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석채 전 회장 등 청탁을 받아 실행한 KT 관계자들에게도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사회섹션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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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정 채용을 청탁한 사람은 별다른 법 조항이 없다. 업무방해 교사나 공범으로 적용한다고 해도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검찰이 ‘미적거린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김 의원 소환 조사에 시일을 끄는 이유기도 하다.

가령 김 의원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키 위해선 KT의 정상적 업무 수행을 방해하려고 미리 의도한 뒤 이를 구체적으로 회사 내부공모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다. 바꿔 말하면 청탁자가 기업 인사에 깊이 관여해 함께 점수를 조작하지 않는 한 처벌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채용을 부탁하는 입장에선 ‘내 자식이 공채시험에 응시한다던데 잘 좀 봐줘’라는 부탁을 법으로 의율키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청탁자를 의율키 어려운 수사는 그래서 결국 부정 채용을 지시한 회사 회장과 인사담당자들로 쏠리게 된다. 2012년 공채당시 인사 업무를 총괄한 임원부터 특혜 채용 의혹 정점인 이석채 전 회장까지 청탁을 받아 실행한 KT 인사들은 모두 구속됐다.

반면 인사청탁자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만 받았다. 김 의원을 포함해 채용 청탁 의혹이 제기된 허범도 전 한나라당 의원, 성시철 전 한국공사 사장, 정영태 전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김종선 전 KTDS 사장은 여전히 참고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이 김 의원을 언제 소환할 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검찰이 김 의원을 부르더라도 김 의원이 피의자 신분일지, 참고인 신분일지 역시 명확치 않다.

그동안 채용비리 사건에서 청탁자가 처벌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물론 검찰이 채용 청탁자를 기소한 사례는 있었다. 2017년 검찰은 최경환 의원이 2013년 박철규 중진공 이사장을 압박해 지역구 사무실 인턴직원을 그해 하반기 채용에 합격시키게 한 것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1, 2심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청탁 실행자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이 유죄를 받은 것과 대조된다. 심지어 최 의원은 박 이사장이 합격처리 하는 것이 어렵다고 거부했는데도 “그냥 하라”고 압박을 가했지만 처벌받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인의 직원 채용 요구가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 권한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채용비리는 최근 청년실업자가 늘면서 일어난 ‘실업 국가’ 대한민국의 한 단면이다. ‘아는 사람’ 통해서 입사를 부탁하거나 채용을 청탁했다는 사례는 주변에 차고 넘친다. 멀리는 강원랜드 채용비리부터, 가깝게는 KT채용 부정 등이 있다. 문제는 이를 법으로 처벌키 위해선 관련 입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한계 역시 명확하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지금, 김성태 의원의 지난해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을 다시 상기하고 싶다. “살인적인 청년실업에 금수저-흙수저로 낙담하고 자조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사회는 결코 건강해질 수 없습니다.”

정세희 사회섹션 사회팀 기자


s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