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vs 경찰, 두 수사기관이 전직 상대기관 수장에 칼끝 - 강신명 前 경찰청장 구속 돼 검찰이 앞서 나가는 형국 - 경찰, 김수남 전 검찰총장 겨누면서 맞불… 입건 시기 공개 미묘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수사기관과 수사기관이 맞붙었다. 검찰 대 경찰의 구도다. 예리한 두 칼끝이 부딪히자 파열음도 크다. 수사 기관의 최대 무기는 수사다. 두 수사기관이 맞붙자 수사의 대상은 전직 상대 기관의 수장들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의 전직 수장 두명을, 경찰은 검찰의 전직 수장 한명을 대상 삼았다. 전례 없던 두 수사기관의 대충돌은 결국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두 기관의 기세 싸움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두 기관은 공히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부인한다.
▶검찰의 선제공격= 칼을 먼저 빼든 측은 검찰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5일 밤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강 전 청장을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하면서 일단 검찰은 경찰을 상대로 한 ‘수사전쟁’에서 기세를 잡았다.
검찰이 전직 경찰 수장인 강 전 청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강 전 청장은 2016년 당시 경찰 정보라인을 이용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을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청와대에 제공했고 이것은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공직선거에 공무원이 개입하는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는 게 검찰이 강 전 청장에게 적용한 주요 혐의다.
검찰의 경찰 공격은 이미 지난달부터 시작됐었다. 강 전 청장 외에도 검찰은 이철성 전 청장에 대해서도 소환 조사를 마쳤다. 김상운 전 경북지방경찰청장(당시 경찰청 정보국장), 박화진 현 경찰청 외사국장(당시 청와대 치안비서관)도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전날 영장심사에서 구속은 피했다.
검찰이 경찰의 전직 수장들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경찰 내 분위기는 부글부글 끓었다.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전직 경찰 수장들에 대해 ‘망신주기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다만 이같은 경찰 측 주장은 법원이 강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전 청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과거 정부에서도 했던 일’이라고 혐의점에 대해 부인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의 반격= 경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 차장,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장 등은 2016년 부산지검 소속이던 A 전 검사가 사건 처리 과정에서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한 일에 대해 별다른 징계조치 없이 무마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지난달 25일 서울경찰청에 당시 검찰 수뇌부 네 사람을 고발했다.
경찰이 집수된지 한달 가까이 지난 사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외에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알린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공개 시점이 강 전 청장의 영장 발부를 전후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묘한 시점에 입건 사실을 밝혔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임은정 검사가 검찰 수뇌부 네사람을 고발한 사건을 배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청 지능수사대는 서울청 수사부서 가운데 두 핵심 중 하나로 광역수사대와 함께 ‘두 거포’로 분류되는 부서다.
앞서 임 검사는 고발장에서 김 전 총장 등은 2016년 부산지방검찰청 윤모 검사의 고소장 위조 사실을 알고도 감찰이나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고 윤 검사를 면직 처리하는 등 부실하게 사안을 처리했다고 썼다. 경찰은 김 전 검찰총장 등 4명을 직접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두 조직, 명운 건 수사= 검찰과 경찰 두 조직은 상대 수장을 향한 수사와는 별개로 여론전을 위한 수사 역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목적은 수사 실력과 조직 내 부패 척결 의지를 국민들로부터 확인 받는 것이다.
우선은 검찰이 한발 앞서 가는 형국이다. 검찰은 16일 밤 법원으로부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받아냈다. 건설업자 윤중천 영장 기각으로 자칫 동력을 잃을 뻔 했던 수사의 불씨를 살려낸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김 전 차관이 ‘윤중천을 모른다’던 김 전 차관의 발언과 ‘심야 출국 시도’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중천의 휴대폰에서 김 전 차관을 의미하는 ‘학의 형’이라는 메모가 발견되는 등 두 사함이 지인관계라는 것을 의미하는 증거가 나왔음에도 모르쇠로 잡아뗀 것이 ‘증거인멸’ 우려로, 김 전 차관의 심야 기습 출국 시도는 ‘도주우려’로 법원이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다만 여전히 공소시효 등에선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은만큼 최종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은 예단키 어렵다.
경찰은 ‘버닝썬 수사’에 명운을 걸었지만 승리 구속 영장 기각과 추가적인 경찰 유착 비리를 밝혀내지 못하면서 맥이 다소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의 지휘 하에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 입장에선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당초 관측보다는 수사 결과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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