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익 적은데 비용부담만 커져 당국 오픈뱅킹까지 ‘설상가상’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올해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은행 공동 모바일직불결제 서비스’가 삐걱대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16개 은행들 사이에서 실효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제로페이’ 등 정부 주도로 각종 모바일 직불결제 플랫폼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공동 결제망을 운영하고 있는 은행들의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동 앱 개발 등 '은행 공동 모바일직불결제' 시행을 위해 참여은행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작업들은 사실상 완료된 상태지만, 각 은행별로 진행해야 할 작업들이 속도를 못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새로운 결제 플랫폼에 연동된 전산 시스템을 각 은행 내부에 구축하는 작업과, 새로운 서비스 시행을 위한 금융당국의 약관 심사가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블록체인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많은 핀테크 업체들이 시행하고 있는 서비스에 또 하나를 추가하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은행들 사이에 팽배해 공동 서비스 시행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 의식이 높다. 서비스 시행 후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제로페이’와의 차별성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제로페이’ 은행권 결제실적은 8633건, 결제금액은 1억9949만원에 불과했다. ‘한은 페이’는 QR코드 기반의 간편결제 방식으로, 가맹점과 소비자 은행계좌 간 이체를 통해 결제가 이뤄진다는 점에선 제로페이와 같다. 더욱이 신용카드 가맹점까지 사용 범위를 넓히고 있는 ‘제로페이’에 비해 ‘한은페이’는 대형마트 등 일부 현금카드 가맹점에 한해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은행들 입장에선 추가로 가용해야 할 물적·인적 부담도 크다. 제로페이 관리·유지 비용을 내야하는 은행들이 이번 사업에도 재원을 출연한다. 은행 공동 현금직불결제 서비스를 위한 자체적인 전산 구축 및 시스템 개발은 물론 새로운 결제 서비스를 운영해야 할 내부 인력도 필요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 입장에서 공동 모바일직불결제 서비스를 시행하는데 실익이 크지 않다”며 “기존에도 정부의 핀테크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여기에 짐을 하나 더 얹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은행 금융결제망을 놓고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벌이는 밥그릇 싸움에 은행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은행이 금융결제원과 함께 사실상 은행 은행 결제망 운영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금융위원회가 결제망과 관련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양 기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금융위는 핀테크 업체들에게 은행 공동 결제망을 개방하는 오픈뱅킹 도입을 추진하며 기존 핀테크 업체들이 은행들에 지급했던 펌뱅킹 수수료를 인하하는 데 적극적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 결제망 관리는 법적으로 한은의 권한인데 현 정부 들어 금융당국이 법적 근거도 없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며 핀테크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양 기관 사이에서 은행들은 눈치보며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